중정1,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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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의 가능성 - 중재자, 오브제, 구심점

중정건축이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타인에게 숨기려는 욕구로 만들어진 상당히 배타적인 방식이며, 결론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도시를 등지게 한다.

-파울루 멘지스 다 호샤, 32p, 브라질 조각박물관에서

그의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도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공공적인 건축에서 주변 경관을 무시한 채, 사람들의 시선을 내부로만 돌리는 중정은 충분히 배타적이다. 하지만 중정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장소이고 또한 배타적이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와 건축의 중재자; 중정의 한 면은 도시와 맞닿아 옅어지고 희미해져서 도시에서의 새로운 입구를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도시에서 건축으로 바로 진입하는 것이 아닌 중정(마치 한옥의 마당과 같은)을 거쳐서 건축에 들어서게 되고 중정은 도시의 일부분이 된다. 이때 중정은 건축에 귀속된 배타적인 장소가 아닌 도시와 건축의 사이에서 중간적인 성격을 가지는 중재자가 된다.

경험을 동반한 오브제; 중정은 건축의 안에서 휴먼스케일을 유지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를 수 있는 사물이나 자연을 품고 있으며 주변의 도시와 일정한 거리감을 가지고 이와 상반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사람들은 건축의 내부에 진입하여 거리의 혼잡함에서 벗어난 침묵적인 중정을 바라보면서 잠시 일상에서 멀어져서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침묵적인 중정이 소란스러워지지 않을 정도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중정 안에서 도시에서와는 다른 휴식과 사색을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중정은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는 오브제가 아닌 건축 사용자의 경험을 동반한 오브제가 된다.

기능 수행의 구심점; 중정은 산개한 여러 기능의 중심에서 동선을 통합하고 명료하게 만듦으로 인해 건축 안에서 기능 수행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중정을 중심으로 견고하게 맺혀있는 기능을 수행하고 탈출하면서 지속적으로 중정을 마주하게 되고 이로 인해 건축에 처음 진입한 사람들도 쉽게 건축의 동선체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중정을 통해 내리는 빛은 건축 깊숙이 스며들고 중정은 건축 안에서 하나의 광원이자 이정표, 그리고 구심점이 되어 사람들을 건축의 이곳저곳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