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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Oct 04. 2021

놀라움

19-1017

 

'놀라움'이라는 여섯 번째 감각



“우리의 새로운 시설은 단지 놀라움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지, 분석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동화란 모두 놀라움에서 오는 것이다."

- 루이스 칸의 잊혀질 수 없는 건축 강의, 22p



'놀라움'이라는 새로운 감각.


롱샹성당의 투박한 벽과 부서지는 빛


<루이스 칸의 잊혀질 수 없는 건축 강의>에서 놀라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계속해서 그 페이지를 다시 읽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건축을 경험하며 느꼈던 다섯 가지 감각 이외의 모든 것은 '놀라움'의 감각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쾰른 대성당에 들어서서 느꼈던 그 웅장함과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울림, 산 카탈도 공동묘지에 들어가서 느꼈던 적막함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끝없는 슬픔, 롱샹성당의 투박한 벽과 그곳에서 부서지는 빛을 보면서 느꼈던 경외감, 발스온천에서 느꼈던 절제된 프레임 너머의 무한한 자연의 포근함은 결국 모두 내가 느꼈던 전율이자, 놀라움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놀라움'이라는 새로운 감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는 고정적으로 답습되어지고 있는 여러 기능과 건축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이들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여 재-기능화(Re-programming)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일상적인 공간에서 탈피한 다양한 공간들의 모습과 형태, 그리고 그것들 간의 변주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도시 혹은 자연의 깊숙한 곳에서 주어진 조건과 맥락을 구축의 논리에서부터 재료에 이르기까지 극적으로 조율한 건축에서 탄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통합적으로 기능의 본질에 대해서 탐구하고 그로 인한 Re-programming의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와 공간이 창출되고 주변의 맥락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조율되어 놀라움을 이끌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고정된 공간 구성으로 공간을 형성하고 일자로 뻗은 단순한 형태를 반복했던 학교 건축을 바라보았을 때, NAMELESS에서 설계한 동화고등학교 삼각학교는 장소의 맥락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를 도출해내었고 그 안에서 공간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교실은 중정을 에워싸고 복도는 비틀어져서 보이드를 가진다. 장소의 맥락을 고려하여 고정적인 형태에서 탈피하였고 수평적인 교육시설이 '비틀다'라는 단순한 건축 언어를 통해 새로운 수직적인 시선과 관계를 형성했다.


아직은 사람들이 느끼는 놀라움, 건축을 하는 사람이 시설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놀라움에 대해서는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건축을 탄생시키는 것과는 별개로 놀라움이라는 감각을 이끌어내는 건축은 무엇 일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새로운 시설은 놀라움에서 온다는 그의 말을 믿고 공간이 주는 놀라움을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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