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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Oct 05. 2021

지붕

19-1016


지붕 - 형태와 공간감, 활용성



PAULA RÊGO MUSEUM(Souto de Moura)


Souto de Moura의  PAULA RÊGO MUSEUM에 도착했을 때, 마치 굴뚝처럼 위로 솟아오른 지붕의 형태가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그 내부 역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단층으로 구축된 건축의 내부에서는 그 지붕의 형태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형태를 넘어서서, 굴뚝과도 같은 그 지붕의 끝에는 조그마한 천창이 있었고 그곳으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빛은 바닥으로 갈수록 점차적으로 넓어지는 벽면을 타고 내부로 흘러들었다. 지붕의 형태에서 기인한 내부의 공간감과 개구부로 스며드는 빛을 눈에 담았고 놀라웠다.



지붕, 하늘과 맞닿은 건축의 면


지붕의 형태는 다양하다. 기술적, 구조적 문제가 수반되지만 그들의 형태는 평평한 지붕은 물론이고 삼각의 박공지붕, 돔, 볼트 등 자유롭다. 그리고 지붕의 형태는 대부분 건축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는 내부의 공간감으로 이어진다.


지붕의 개구부는 건축의 공간으로 빛을 내리고 하늘과 별을 마주하게 한다. 지붕과 개구부의 비율이 달라지면서 내부에 쏟아지는 빛의 양도 달라지고 개구부의 형태와 격자의 간격에 따라서 빛의 모양과 리듬도 달라진다. 지붕의 형태에 따라서 빛을 들일 수 있는 방법 또한 바뀌게 되며 내부의 분위기는 변화하고 공간은 전혀 다른 밀도를 지닌다.


그리고 지붕은 형태와 그것을 변형함으로써 다양한 활용성을 지닌다. 지붕의 연장으로 인한 처마의 형성은 건축의 테두리에 반외부공간을 형성한다. 그리고 지붕이 자연적인 요소로 뒤덮임으로 인해 옥상정원이 만들어지며 돌출된 지붕과 천장 사이에 다락이 숨어있기도 한다. 또한 지붕의 형태가 내부에서는 변형되고 반전되어 형태와 공간의 사이에서 충돌을 조절하기도 한다.



지붕-처마(Line Extension), 건물에서의 지붕이 일정 길이만큼 연장되었을 때, 그것은 처마가 된다. 일조량을 조절하고 빗물이 벽이나 창문으로 흘러 지저분해지지 않게 하며 건축의 주변에 자연스러운 반-외부공간을 형성한다. 지붕이 연장되는 범위, 각도, 형태 등의 다양한 요소에 의해 전혀 다른 모습의 반-외부공간이 만들어진다. 한옥을 경험할 때면 항상 생각한다. 처마를 타고 적당하게 들어오는 빛과 그 아래의 툇마루는 항상 그곳에 앉아있는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지붕-옥상(Green Thickness), 높은 건물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초록빛을 띠는 옥상이 눈에 띈다. 대부분 초록색 페인트를 칠한 것이지만, 가끔 푸른 잔디가 지붕 위에서 두께를 가진 채로 존재하는 옥상도 있다. 점점 더 가득 채워지는 지상층의 영향일까, 건물만의 마당을 만들기 위해 요즘에는 옥상정원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조그마한 화분에 나무가 심겨 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쉬기도 하고 먹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평평한 지붕이 다른 다양한 형태를 지닌 지붕과 달리 '외부적 활용성'을 지니는 이유이다.


지붕-다락(Hidden Layer), 다양한 형태의 지붕, 특히 박공지붕이나 볼트, 돔과 같은 형태의 지붕을 가진 건축은 지붕의 위에 외부적 활용성을 지니기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지붕의 바로 아래에서 숨겨친 층을 이용한 다락이라는 '내부적 활용성'이 태어난다.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층에서 벗어나서 지붕의 바로 아래, 일반적인 공간보다는 좁고 특이한 공간감을 지니는 공간, 때로는 비밀스럽고 사적으로 활용되는 다락이라는 공간이 평지붕이 아닌 다른 독특한 형태를 지니는 지붕의 아래에서 존재할 수 있다.


지붕-천장(Shape Reversal), 항상 지붕과 천장의 선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외부에서 건축이 표출하고자 하는 형태와 내부의 기능적 요인에서 오는 공간감이 충돌할 때는 천장의 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건축의 형태를 지붕이 만들어내는 것처럼 공간의 형태는 천장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에서 인지한 지붕과는 다른 형태의 천장이 존재할 때, 건축의 내-외부는 반전되고 역전되어 새로운 경험과 공간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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