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6
내 마음속에는 황량한 땅이 있다.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내가 결코 응시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잔뜩 모여 있는 그런 곳이 있다. 그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서, 언젠가부터 그곳에 벽을 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전히 낮은 벽 너머로 살갗이 에이는 찬바람이 불어오고 무언가가 불타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넘어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또 떨면서, 콜록이면서 다시금 벽을 매만졌다.
어느 순간, 그 벽을 전부 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분명 힘들게 할 것이 확실한 생각이 들 때마다 벽을 등지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벽 맞은편의 빛나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황량한 것들에게서 눈을 돌리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저 높은 벽을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내가 내가 아닌 느낌,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느낌, 왠지 모를 상실감과 패배감. 높은 벽을 쌓은 만큼 그림자는 깊어졌다. 황량하고 어두운 것을 바라보지 못해서 쌓았던 벽은 결국 시커먼 그림자를 ‘나’에게 드리웠다. 차갑고 시큰한 그 그림자 안에서 나는 아주 조용히, 발끝으로 벽을 툭툭 건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