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으로 집을 구매하다.
난생처음으로 가장 큰 지출이자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집을 구매한 것이다!
처음부터 집을 사기 싫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남편은 고맙게도 집을 사자는 나의 주장을 들어주었으며, 남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한 기간이 딱히 길지는 않지만, 학생 때부터 차곡차곡 모아둔 자금이 있었기에 이 정도면 우리 둘이 다운페이는 거뜬하지 않겠나 싶어서 자신 있게 집을 사자는 얘기를 꺼냈었다. 어차피 언제 든 간에 이사를 나가야 할 때가 올 텐데, 그럴 바엔 우리 둘 다 이 도시에서 몇 년 내로 떠날 계획도 없으니 집을 사자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집에 관한 조건을 맞췄다. 그 조건이라 함은...
- 신축일 것
- 어디로 가든 동서남북으로 이동이 편리한 중간지점일 것
-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을 것
- 서로의 직장에서 중간지점일 것
- 우리가 타협한 가격 범위 안일 것
- 안전한 지역일 것
사실 직장과의 거리조건은 이직을 하게 된다면 언제든 쓸모 없어질 수 있는 조항이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거고... 우리 둘 다 본인의 의지로 이직하는 게 아닌 이상, 잘릴 위험은 거의 없는 꽤나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기에 넣었다.
저 조건들을 기준 삼아 본격적으로 매물 검색을 하니, 우리가 원하는 위치엔 신축 매물이 없고 거의 다 오래된 집이거나 가격이 높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미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있는 동네는 집값이 비쌀 수밖에 없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빚어진 곳이기 때문에 신축을 찾기도 힘들다. 물론 새로 개발이 들어가고 생겨나는 동네로 가는 것 또한 베스트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동네들은 대체로 외곽지역이기 때문에 출퇴근을 해야 하는 우리의 직장과는 꽤나 멀어져서 탈락!
나는 회사에서 점심시간 혹은 잠시 비는 시간 동안 틈틈이 매물을 검색했고, 우리 둘 다 일이 끝나는 시간쯤으로 예약들을 잡아 집들을 보러 다녔다.
그 과정을 몇 번 반복 후, 우리 둘 다의 마음에 드는 조건의 신축집을 봤고 계약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매물을 검색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오퍼를 넣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계약금을 넣었으며 그 후로 타이틀 컴패니 오피스에 가서 모든 서류에 사인을 하기까지의 Buying process는 한 달 정도가 걸렸다. 믿기 힘들 정도로 이렇게 빨리 집 구매가 이루어질 줄은 몰랐지만, 집 서치 시작을 기점으로 한 달 반 만에 우리의 집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가격대인 완벽한 집은 없다는 걸 잘 알게 된 이후라서, 조건들이 다 맞는 곳을 찾았을 때 주저 않고 움직인 이유도 있었다.
집을 사자는 것은 나의 아이디어였고 주장이었지만, 남편이 없었다면 실현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많은 메인 일들을 똑쟁이 남편이 도맡아 처리를 했으며 서류를 디테일 있게 검토했다. 우리는 리얼터를 끼지 않고 직접 판매 빌더에게 구매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영어가 안된다면 더욱이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집 구매 자체도 나의 짧은 직장 생활, 이민자이기에 히스토리가 짧아서 아직 높지 않은 크레디트 스코어, 사회초년생의 연봉을 생각한다면 나 혼자서는 시작조차 힘들었겠지.
집 구매 과정이 다 끝난 후 한국에 계신 부모님, 할머니, 미국의 친척 등등 사진을 보내며 자랑자랑을 했다. 다들 축하해 주시며 미국에 집도 샀냐며 자랑스러워하셨다.
우리가 저러한 조건을 다 맞춰 구매한 집에도 당연히 pros & cons 가 있다.
Cons는 빌더들과 하청업체들이 일을 너무 못한다는 것. 그래서 집 안을 디테일 있게 들여다보면 튼튼한 느낌보다는 약한 느낌이 있다. 이번에 꽤 강한 스톰이 오자 물이 조금씩 샌 창문들을 발견했다.
Pros는 당연히 location과 원래 살던 아파트보다 크기도 두 배나 크고, 방 개수도 두 배나 늘었다는 것. 그래서 멀리서 오는 직계 가족을 위한 게스트 룸과 메인 베드룸을 제외하고도 우리 각자 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빌더들이 정말 거지같이 대충 지었다고 벌써 팔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걸! 어차피 이곳에서 노후를 보낼 계획도 아니고 이 집에서 10년이고 20년이고 살 계획도 아니니까. 개인적으로 난 좋은 시기에 잘 산거라고 생각해서 좋은 구매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몇 년 잘 유지하면서 살고 보수공사 없이 잘 파는 게 나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