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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를 관두다.

주말의 소중함

by 밤비

알바를 시작하고 몇 번의 주말이 지나갔다.

아무리 일주일에 딱 하루, 주말 아침에 한번 일하는 것이어도 역시 힘든 일이었다. 만약 알바 자체가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든 안고 갔을지도 모르겠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금요일 아침부터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고 저녁이 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불안을 느꼈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그 바쁜 시간대를 또 어떻게 이겨낼지를 생각하며...

아침 일찍 나와 왕복 거의 한 시간 출퇴근, 근무 후엔 일주일이 되어도 낫지 않는 좋지 않은 관절 때문에 이미 이 돈을 받고 알바를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였다. 그래도 내가 선택했으니까 되도록이면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마저도 관두게 된 계기가 생겼다.


알바를 가는 날은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하니 전날에 준비를 다 해놓는 편이기에, 그날도 전날 저녁에 준비를 해놓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나자마자 보게 된 문자는 새벽 같은 아침에 보내놓은 오늘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였다. 이미 전날 저녁부터 준비를 해놓고, 일어나기까지 했는데 바로 그 당일 아침에 통보를...?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내 시간과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으니까 그 문자를 보고 한편으론 안도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쯤 되니 내가 알바를 하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나의 관절 또한 아까워졌다. 그래서 몇 시간을 한참 고민 후, 예의를 차려서 이주안에 혹시라도 일손이 필요할 경우 나가겠다는 말과 함께 그만두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알바는 끝이 났다. 한번 마음을 먹고 문자를 보내기까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끝이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앞으로의 주말을 되찾은 것이 정말 기뻤다. 이전엔 항상 같은 사이클의 일상에서 무료함을 느꼈었는데, 그 사이클을 되찾은 것에 대한 기쁨이라니 ㅋㅋ 역시 잃어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덕분에 미국에서 알바를 해보는 경험도 해보고, 촘촘 따리로 돈도 조금씩 더 벌어보고... 길지는 못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내가 봉사로 속해 있는 단체를 관둘까 생각 중이다. 어디까지나 이건 무보수의 봉사인데, 내가 할애하는 시간에 대해서 너무 당연시 생각하는 듯한 태도와 내가 본인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듯한 예의 없는 대표로 인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역시 이래서 쉽게 무보수로 무언가를 제공하면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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