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법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 현장체험학습까지 다녀온 아들은 피곤했는지 평소와 달랐다.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혼자 놀라고 했더니, 심술 섞인 말로 대응했다.
"우리 집엔 내가 놀 게 아무것도 없어!"
거실까지 장난감이 흘러나와 있는데도, 아들은 투정을 부렸다. 그러다가 식탁에 미리 차려진 음식에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난 결국 국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울음 그치면 이야기하자."
나는 다시 조리대 앞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한참을 울었다. 얼마 있다가 조용해지길래 다시 말했다.
"다 울었으면 이리 와서 이야기하자."
아들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하지만 아이는 울음을 쉽게 멈추지 못했다.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아들은 더 큰 소리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꼭 안아 들고 소파로 왔다. 그리고 상황을 천천히 설명해 주고, 다시 한번 아빠가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빠뜨리지 않았다.
"정말 많이 사랑해."
아이는 여전히 품에 안겨 있었다. 마치 아들이 아니라, 감정에 떠밀려온 한 덩어리의 슬픔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의 작은 등을 토닥이며 후회했다. 피곤함에 예민해진 아이를 먼저 보듬지 못하고, 내 감정을 앞세워 소리부터 질렀던 것을. 울음을 멈추고도 들썩거리는 아이를 안고 있으니, 나까지 조용히 무너졌다.
그제야 문득 든 생각. 나는 아들에게 할 수 없는 일을 시킨 건 아니었을까.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 이름도 다 모르는 그것을 다뤄보라는 건, 너무 잔인했던 것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을 다루기도 서툰데. 셔츠 단추도 끼우기 어려워하고, 급식 메뉴를 다 묻혀 오는 너에게, 아빠는 무슨 짓을 한 걸까.
밥을 먹고 아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같이 해주었다.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러자 아들은 다시 방긋방긋거렸다. 그때 깨달았다. 아이의 감정은 홀로 조절하는 게 아니라, 어른이 함께 다루어주는 거라는 걸. 너의 작은 웃음이 집안에 퍼져나갈 때, 비로소 나의 하루도 온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