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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글 Jan 17. 2020

전화받는 게 아직 어렵습니다

소심한 어른이의 직장 분투기 #1


사무직으로 일하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전화를 받고 거는 일을 하기 마련이다. 지금 하는 일은 다행히 전화상 업무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입사 3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책상 위 전화기에는 메모가 붙어있다. 약간의 먼지와 함께.



"감사합니다. 어디 어디의 누구입니다. :D "

 


똘롤롤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심장이 철렁하는 나는, 혹여 첫인사를 잊을까 해서 인사 문구를 적어 붙였다. 전화 업무가 주어지지 않던 입사 초기, 갑자기 울린 전화에 망설이다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던 아찔한 기억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무실 전화기가 이렇게 예쁘고 귀여웠다면 전화받는 게 좀 괜찮았을지도. (이미지 출처 - unsplash)



반대로 전화 거는 건... 또 얘기가 다르다. 업무 메일 쓰는 것의 절반 정도의 준비 시간이 걸린다. 누가 보면 '어우, 뭐 그렇게까지 해요?'라고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전화할 일이 생기면 아무도 모르게, 컴퓨터 메모장을 켜서 전화로 물을 내용을 문장형으로 적는다.

 



"안녕하세요. 어디 어디의 누구입니다. 어디 어디 맞으신가요?

뭐뭐 때문에 전화드렸는데요. (...) "




겪어보니, 이 방법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혹시나 적어둔 대로 내 입이 움직이지 않으면 순간 눈앞이 아찔해진다. (이런 젠장..) 상대의 응답이 내 예상에 어긋날 경우에도 그렇다. 후임에게만큼은 어떤 일에도 능숙한 선배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전화 업무에서만큼은 쉽지가 않다. 




지금은 전화 업무 대본을 적어두지는 않는다. 중요한 키워드만 적어두거나, 머릿속으로 세 번 정도 용건을 되뇌고, 한 차례의 심호흡 후 수화기를 들어 올린다. (*아주 약간의 자신감을 더해서.이 새로운 방법은 지금까지는 효과가 좋다. 혹시 나 같이 전화 업무에 유독 긴장하는 소심한 어른이가 있다면, 이 방법을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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