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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글 Jan 16. 2020

자주 울컥하는 사람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몇 번의 이직 후에 책방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의 책을 최근 읽었다. 그 책에서 만난 문장 중 기억나는 건, 뜻밖에도 “나는 자주 놀라는 사람이었다”라는 구절이었다. 작은 것에 감탄하고 기뻐하는 사람이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놀랄 일이 적어지게 되고, 남들 눈에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이게 되어 놀라던 자신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문장을 보고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살폈다.



나는 자주 울컥하는 사람이다. 오천 원 치 복권을 사도 “1등 되세요”라고 말해주는 복권 집주인 할머니의 말을 듣고서. 다래끼 짼 흉한 눈을 보고 ‘많이 아팠겠어요’라고, 인사치레 일지 모르는 말을 건네는 약사님의 말을 듣고. 무례한 사람에게 난처한 표정을 숨기는 누군가의 표정을 읽고.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르는 곽진언과 김필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일 모드로 하루 대부분이 채워진 일상에서 이런 순간을 만나면 내 안에 숨어있던 감정 버튼이 켜진다. '달칵' 하고 전등 스위치를 켜듯, 그 버튼은 '울컥'하는 소리를 낸다. 


그 버튼은 내가 놓칠지 모르는 순간을 비춘다. 울컥하는 순간이 왜 찾아오는지, 어떤 것 때문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 덩어리째 지나가버릴 하루의 컷을 잘게 쪼갠다는 건 알겠다. 그 컷들을 꺼내어 보면, 무뎌져 있는 마음, 닳아 있는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다행히도 남에게 울컥의 순간을 들키는 일은 아직 없었다. 만약 들킨다면, 이왕이면 보고도 못 본 척해주는 사람에게 들키면 좋겠다. 아니면, 같이 울컥하는 사람, 같은 마음의 모양을 가진 사람이면 더더욱 좋겠다.



자주 놀라는 사람이었다던 그분도, 계속해서 자주 놀라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웬 호들갑이야, 주책이야,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때때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리기면 좋겠다. 부디 세상에 덮여 원래의 얼굴을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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