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인인 나도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

1형 당뇨인 입장에서 연애와 결혼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

by 밤고구마

나는 내가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는 1형 당뇨인이다 보니 예전부터 나에게는 연애나 결혼이 늘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해 왔었다. 어쩌면 연애나 결혼이라는 게 나에게는 찾아올 수 없는 거라 생각했고, 감히 내가 생각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었다.


사실 사랑은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만나 연애를 시작하게 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호감 가는 대상이나 나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나는 마음보다는 이성적인 생각괴 현실이 제일 먼저 들게 되었다. 나에게는 ‘당뇨’라는 제약 조건이 있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고 그래서 연애와 결혼에 대해 생각하면 나는 늘 자신이 없었다.




‘이런 지병 있는 나를 과연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나의 당뇨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나를 이해해 주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 하더라도 상대방 부모님과 가족들은 나의 당뇨를 과연 이해해 주실까...?’


‘만약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여자로서 나는 당뇨인이지만 과연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아기를 가지게 되더라도 아기가 열 달 동안 내 뱃속에서 잘 자랄 수 있을까...?‘


‘행여 나의 당뇨 때문에 임신 중에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되지는 않을까...? 그러려면 내가 열 달 동안 혈당 관리를 평소보다 정말 더 열심히 잘해야 할 텐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열 달 동안 품은 아기를 내가 잘 낳을 수 있을까...? 낳더라도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이러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생각들 때문에 나는 항상 연애와 결혼에 대해 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의 당뇨로 인해 연인이나 배우자를 힘들게 할까 봐 걱정이 들었다. 가족도 가끔은 나의 당뇨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연인이나 배우자는 처음부터 가족이 아닌 남으로 만나게 되는 사이이다 보니 어쩌면 가족보다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또한 나의 당뇨로 인해 나는 내가 연인이나 배우자로부터 사랑에 대한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될까 봐 문득 겁이 나기도 하고 상처를 받을 나 자신에 대해 걱정이 들기도 했다.


만약 어떤 사람을 만나 서로가 좋은 감정을 갖고 함께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나는 그전에 상대방에게 나의 지병을 오픈해야 하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나는 사실 어릴 적부터 소아당뇨라는 1형 당뇨를 앓고 있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며, 평생 혈당을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상대방에게 말했을 때, 과연 상대방은 나를 이해해 줄까...? 상대방은 이런 나를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나의 지병에 관해 오픈을 안 할 생각은 없다. 진정한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막상 상대방에게 나의 아픔을 오픈해야 하는 그 순간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떨리고 두려운 순간이 될 것 같다.

상대방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과연 상대방이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행여나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여러모로 그러한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상대방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다가오기 전에 나 스스로가 먼저 마음의 문을 닫고 성의 큰 옹벽처럼 마음의 벽을 굳게 쳤던 거 같다. 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가는 상대방에게 정이 들어서 나중엔 나의 당뇨라는 지병 때문에 내가 상대방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상대방으로부터 내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었을 때, 나 자신이 너무 슬프고 힘들어질까 봐 나는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마음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다가오는 상대방이 있다면 상대방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나도 모르게 나는 무의식적으로 나의 마음속에 커다랗고 웅장한 성의 옹벽처럼 벽을 쌓아 올리고 있었고 계속 단단하게 벽을 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당뇨인이라 해서 모든 당뇨인들이 연애나 결혼을 못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다들 연애도 하시고 결혼도 하셔서 애도 건강하게 낳고 행복하게 잘 사시는 분들도 꽤 많이 있었다.


가끔 당뇨 카페에 들어가 보면 이제 막 카페에 가입하신 분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은 당뇨를 앓고 있는 본인이나 아니면 당뇨를 앓고 있는 자녀의 부모님이 당뇨에 관한 지식이나 관리방법을 알아가고 싶어서 카페에 가입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카페에 가입하신 분들 중에 간혹 현재 자신의 연인이나 결혼할 사람이 어릴 적부터 당뇨에 걸린 당뇨인인데 본인은 당뇨에 대해 무지하지만 자신의 연인과 앞으로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당뇨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해 보고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 또 본인이 어떻게 연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가고 싶어서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글들을 가끔 본 적 있다.


그리고 간혹 당뇨인인 자신의 연인이나 배우자가 저혈당이 오면 본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연인이 당 관리를 잘 못하고 있으면 본인이 잔소리를 하거나 챙겨주기도 하지만 본인이 어떻게 해야 연인이 좀 더 당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글을 올린 사연들도 가끔 본 적 있다.


나는 이런 다양한 사연들을 보면서 당뇨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주고, 걱정해 주고, 이해해 주며, 오직 이 사람 자체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어쩌면 나 또한 당뇨라는 나의 지병이 아닌 오로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진심 좋아해 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90%는 단지 당뇨라는 이유 때문에 스스로 현실적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지만, 나머지 10%는 그래도 그러한 좋은 사람을 언젠가는 나도 만날 수 있을 거란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다.


물론 좋은 인연이 올 수 있도록 나 스스로도 벽을 허물고 마음의 문을 조금은 열어두려고 노력해야겠지만 마음이 참 쉽지가 않다.


연애와 결혼은 나에게 있어서 여전히 늘 어려운 부분이고 과연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앞서 긍정적인 사례들처럼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는 날도 있겠지...’하고 가끔씩 나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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