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인으로 생활하면서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느끼게 된 점들
나는 당뇨인으로서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처음에 1형 당뇨를 판정받았을 때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혈당 체크와 인슐린 주사, 식이요법 등 모든 것이 다 익숙해지게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당뇨에 대해 이론적으로 알고 계신 의사 선생님보다도 더 실질적으로 당뇨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전문인이 되어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동안 당뇨에 관해 내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치들이 나에게는 아주 많이 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당뇨 20년 차이다 보니 당뇨에 대한 기본지식은 웬만하면 다 알게 되었고, 당 조절도 이제는 대충 감으로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먹은 음식량에 따라 주사량도 대충 감으로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이러한 스킬들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예전에 내가 당뇨에 처음 걸렸을 때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혈당과 주사량을 이론적으로 배워서 계산하여 조절했었지만, 내가 당뇨인으로서 약 20년 정도 살다 보니 단지 이론만으로는 혈당과 주사량을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먹은 음식량 또는 운동 등 상황에 따라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대충 감으로 계산해서 당을 조절하거나 주사량을 조절할 수 있는 약간의 센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의 혈당 조절 경험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한 나의 지인들 중에 지인의 부모님이나 40~50대 지인이 노화나 스트레스로 인해 당뇨가 와서 당뇨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나에게 묻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내가 가진 당뇨 지식과 경험으로 당뇨에 관해 이들에게 전문적인 조언들을 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간혹 당뇨 카페에 들어가 보면 고민이나 사연에 관한 글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나처럼 어렸을 때 혹은 청소년 시기에 당뇨를 걸린 아이들의 사연이나 이 아이들의 부모님이 올리신 고민 글들을 보면 나 또한 그러한 시기를 겪어봤고 지나왔던 사람이다 보니 충분히 공감이 가고, 이러한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님의 고민이나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가서 그러한 사연이나 고민에 관해 나도 가끔 도움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답글을 남길 때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처음 당뇨에 걸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당뇨인으로서 내가 겪어왔던 감정이나 여러 경험들, 그리고 당뇨에 관해 알고 있는 나의 지식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서 때로는 이러한 부분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제 당뇨는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다 걸릴 수 있는 아주 흔한 질병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세월을 지내다 보니 내 주위에서도 당뇨에 걸린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내가 20년간 당뇨인으로 생활해 오면서 느꼈던 건 당뇨인이어도 살아는 진다라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나 자신을 남들과는 다른 지병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계속 혈당을 관리하고 조절하고 있다 보니 내가 당뇨인이어도 일반 사람들처럼 나도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예전에 나의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당뇨인은 식이요법, 운동, 혈당 관리만 잘하면 오히려 일반인들보다도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도 있단다. 어쩌면 네가 나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대부분 일반 사람들은 자기 관리를 잘 안 하거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당뇨인들은 혈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항상 주의해서 관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식이요법과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주치의 선생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뇨인들에게는 당뇨라는 제약이 있지만 이를 꾸준하게 잘 관리해 나간다면 어쩌면 남들보다도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 주치의 선생님 말을 듣고 나는 처음으로 희망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
당뇨인이어도 식이요법, 운동, 혈당 관리만 열심히 잘한다면 정상인과 다름없는, 아니 어쩌면 일반인보다도 더 건강하게 살아가는 당뇨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