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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녕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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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 Oct 08. 2023

생일날, 당신 생각

펑펑 울어도 괜찮은 날이라 할래요...

12시가 땡 지나자마자

언니에게 축하 카톡이 왔어요.

아빠, 오늘은 내 생일이에요...


천사 같은 울 언니가 농사일로 피곤했을 텐데도 젤 먼저 내 생일축하를 해주려고 안 자고 감기는 눈을 뜨려 애썼을걸 생각하니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언니의 그 말에는 많은 얘기가 담겨 있다는 걸 알아요.


아빠 생일 4일 전이라 더 생각나는 하루겠군.


대답하자 카톡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어요.


요즘 유난히 생각이 많이 나.
매일 하늘을 보고 잘 있냐 물어봐.
이제 자러 간다 잘 자~


언니는 황급히 인사를 해버렸지.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가슴이 아렸어요.

왜 하필 내 생일은 아빠 생일 4일 전이어서!


오늘 우리의 밤은  각자 이렇게 눈물로 보낼테지만,

서로 힘든 모습 들키기 싫어서 씩씩한 척을 하지.

아빠의 딸들답게 참... 너무 배려만 하고 산다.


세상 가장 선하고 자상했던 나의 아버지

아빠의 모든 것이 아직도 너무너무 생생해요.


아빠의 개그.

코 흠흠 거리던 버릇.

내 아이를 보며 눈물 글썽이던 눈.

내가 중환자실에서 깨어났을 때,  이젠 됐다고 말없이 고갤 끄덕이던 그 모습.

임종 전 날 안고 토닥이던 손

집밥 해 왔단 얘기에 곧 죽을 사람이라 절대 믿을 수 없게 손수 벌떡 일어나 앉던 그 모습...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따라다니던 아빠의 눈.

임종 후 식어가던 아빠 다리의 촉감.

납골당을 알아보러 언니와 다니던 때의 초조하고 절망적이던 그 시간.

꽃관에 누워있던 아빠의 얼굴까지도

빠짐없이 너무나도 생생해요.


머릿속 한쪽에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난 그냥 접어놓고 살아요.  인정하고 싶지가 않아.

가족 중 누군가와 다시 작별하는 날이 올까 봐 너무 무서워요.


나는 아빠의 딸이니까.

여린 맘을 하고서도 세상풍파에 맞서 묵묵히 일했던 당신처럼

울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나의 애씀이 거기서도 보이나요?


아빠...  내 생일인데 자꾸

마지막 아빠 생일을 축하해주지 못했던

빌어먹을 코로나가 원망스럽고

그날 영상으로 마주했던

사진 속 촛불을 끄던, 상실감 가득했던, 분홍셔츠의 살 빠진 아빠 모습이 떠올라요.


아빠, 아빠, 아빠.


오늘 내 생일이에요.

아빠!

그러니 좀 울어도 괜찮다고 해 줘요.

나 잘 참아 왔잖아요. 생일날이니까 내 마음대로 펑펑 울다가 잠들래요.  원 없이 아빠를 그리워하다 잠들래요.

꿈에서 짠~

생일선물로 아빨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  아빠. 아...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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