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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 Jan 19. 2023

브런치, 너는 갱년기 같았다!

마흔다섯_ 달아올랐던 나의 브런치에 대하여.

 연말이었다. 브런치에 발행한 어느 글이 조회수 10만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왔다. (현재는 25만을 넘었고!) 

이게 무슨 일일까? 화들짝 놀랐다. 그저 내 일상을 쓴 글이었다. 썩 잘 쓴 글도 아니었고, 정보가 될만한 내용도 없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이렇게 갑자기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은 다음 메인에 내 글이 노출되었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경험했을 일이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었으니 기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에 노출되는 순간, 1000명 단위로 조회수가 순식간에 올라간다. 마치 갱년기 아줌마의 몸에 열이 확 달아오르는 것처럼, 양은 냄비가 순식간에 달아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앞서 말한 적 있지만, 1000명, 2000명 조회수가 올라갈 땐 설렜다. 그러다 1만을 지나 10만을 돌파하자 다음 메인에 노출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책임감 느껴지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살짝 부끄러움도 밀려왔다. 잘 쓴 글도 아닌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읽은 사람의 수는 알 수 없지만) 쳐다보았다는 사실에 쥐구명을 찾고 싶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쓰던 에세이를 두 번으로, 세 번으로 늘려 부지런히 글을 썼다. 집중해서 글을 쓸 때면 내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홍조를 띠었다. 그러다 한 번은 구독자 급등 작가에 내 브런치가 띄워졌다. 사실 급등이라는 게 어떤 기준일지는 모르지만, 구독자가 아주 많이 는 시점은 아니었기에, 아... 열심히 한다고 브런치가 나를 밀어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 생각하니 그저 고마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외면할 수가 없었다.


 글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고 매주 화요일에는 꼭 글을 발행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브런치의 이런 응원을 받고 나선, 이틀을 머다 하고 글을 올린 적도 있으며 확실히 글을 발행하는데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러다 (사실, 내 브런치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글은 아니었지만) 브런치가 인기글에 내 글 중 하나를 노출시켜 주었다. 


 그렇게 브런치는 내 글들을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 속으로 몰아주었고, 덕분에 구독자도 늘었다. 이제는 보는 눈이 많다~^^ 퇴고를 더 신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회수는 수십만인데, 구독자 수가 그에 비례하진 않으니 내 글이 형편없나? 하는 자괴감도 든 것이 사실이다. 살짝 우울했다. 글을 계속 써도 될까? 부담감과 알 수 없는 감정들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안면 홍조와 불안감, 우울, 수면장애 이러한 것들은 갱년기에 겪는 몸의 증상들과 비슷하다. 


 브런치, 너는 정말 갱년기를 닮았다. 

 덕분에 순식간에 열이 달아올라 온몸이 저릿했고, 조회수가 수십만을 넘을 땐 식은땀이 났다.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으며,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형편없는 내 글들이 창피해 곧 불안해졌으며, 구독자수를 보고 살짝 우울했다가, 곧 아무 글도 쓸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거의 20일 넘게 글을 쓰지도, 책상에 앉지도 못했다. 


 하지만 갱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내 몸의 상태만큼이나, 나는 브런치의 갱년기도 잘 넘기고 싶다. 평소 먹지 않던 석류즙이나 칡즙을 주문해 먹고, 한 번도 운동을 하느라 돈을 써 본 적 없던 내가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수시로 우울해지는 감정을 달래기 위해 매니큐어를 칠했다. 뭔가에 집중을 하면 덜 우울해지더라. 슬기롭게 몸의 갱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브런치의 갱년기도 잘 넘겨보려고 한다.  부담감을 극복하자, 어찌 되었든 나만의 이야기를 내 스타일대로 잘 써내려 가자, 다짐했다. 나를 웃고 울게 한 브런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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