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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 Feb 14. 2023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

마흔다섯_중학교 올라가는 아들의 교육문제에 관하여... 

 펑펑 울었다. 그러다 곧 내 머릴 한대 퍽! 하고 쳤다. 정신이 번쩍 들까 싶었는데, 얼얼하게 좀 아플 뿐 정신이 차려지질 않았다. 사탕이며 초콜릿을 사정없이 입에 쑤셔 넣었다. 다리를 덜덜 떨다가, 애꿎은 머리밑을 벅벅 긁다가 네이버의 뉴스를 건성으로 클릭했다.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도대체 사라지지 않았다. 방학을 시작하고 아들의 교육 문제로 조급증에 시달리는 마흔다섯의 이야기다. 



 올해 우리 아들은 중1이 된다. 지금까지 내가 직접 가르칠 수 없는 피아노 학원 외에는 보내질 않았다. 아이를 지도하는 재미도 있었고, 유난히 독특한 성향을 가진 아이라 학원에 쉬 보낼 수 없는 사정이 있기도 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게 학원을 보내지 않은 가장 큰 이유지만, 애초부터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 아니면 사교육 시키지 말자고 남편과 계획했었다. 뭐 우리에게는 아이의 희귀 질환과, 독특한 기질 등 공부보다는 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었으니까. 학원을 보낸다는 생각은 아예 나의 뇌, 어디 구석쯤으로 보내버렸었다.

다행히 아이는 늘 "전반적인 교과 이해도가 우수하다. 특히 수 부분에서 뛰어나며 음악적 재능이 남다르다"는 학교 선생님들의 평가를 받았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점점 가르치는 시간보다 싸우는 시간이 많아지고, 고성이 난무하는 학습 시간을 지나 어떤 날은 내가 뒷목을 잡고 분에 못 이겨 눈물을 줄줄 흘려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 아들의 이른 사춘기와 직면하게 된 것이다. 아들을 내 품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 임을 체감했다. 이제는 엄마표 대신 학원으로 돌려야 할 때임을 깨달았을 때, 학원을 보내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더 큰 고민에 직면하게 되었으니 바로 아이의 음악 전공 여부였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너무나 긴긴 고민이었으므로 다음에 기록하기로 하고.) 결론적으로 우선 전공을 결정하지 않고 좋아하는 피아노는 계속 배워 나가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또다시 학원 문제로 제자리. 우선 방학 동안 ebs 인강을 들으며 중학교 교과 준비를 해 나가기로 했다. 영어 부문은 초 저학년부터 나와 시나브로 영어를 익히기 시작하여 4~5학년때부터는 무료 인강으로 꾸준히 해 오고 있었다. 몇몇 강의를 실패하고 어쩌다 아이와 잘 맞는 영어 인강을 하나 발견하여 재밌게 인강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아들이 집에서 꾸준히 해 온 영어 교재들.

 한 가지 불안한 부분이 있다면, 인강을 꾸준히 듣고 있지만 아이가 얼마나 습득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직 영어 문제풀이 단계가 되지 않았다.) 또, 단어 외우기를 하지 않는다. 단어를 외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습관을 만들어 주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매일 서른 개 이상의 단어를 외운다는 소식을 접하면 조바심 바람이 불어오곤 한다. 


 수학은 더 심각하다. 가르쳐 주려면 매번 싸워야 하거니와, 중학교 수학부터는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다 판단되었다. 적어도 개념이 아닌 유형문제나 심화문제를 아이에게 가르쳐 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돈을 들여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이가 말했다. "절대 학원에 가지 않을 거야!" 인강으로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말이다. 누가 들었으면 "어이구 이 기특한 녀석~" 하고 칭찬했을지 모르겠지만, 울 아들 내가 잘 안다. 친구 녀석 누구는 경시 반에 들어갔고, 또 다른 녀석은 중2 수학반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친구들보다 못한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다." 추궁 끝에 아이가 꺼낸 속 마음은 바로 그것이었다. 아들은 사교육을 하지 않았으니 선행을 했을 리 만무하다. 반면 학원을 다닌 친구들은 한 학기~ 1년 선행이 기본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아이는 차마 학원을 가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소수 정예 과외를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 너를 아는 사람도 없거니와 너의 진도가 늦다는 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방법이 있다. 는 나의 말에 아들은 솔깃했다. 그렇다면 가 보겠다고. 그런데 정말 웃긴 엄마 다 보겠다. 막상 아들이 공부방을 가보겠다고 하니까 본전 생각이 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혼자 공부를 그럭저럭 잘해 왔는데, 꼭 전문가에게 보내야 할까. 내가 가르치지 말고, 인강을 최대한 활용해 보면 되지 않을까? 비싼 교육비를 지출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결국은 아들 맘만 흔들어 놓은 채, 학원도, 과외도, 공부방도 보내질 않고 다시 ebs 인강을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매번 '지금이라도 보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 아들의 문제 풀이를 채점하다 보면 절반은 틀리는 것이다. 개념이 확실히 서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문제집을 채점할 때마다 마음이 더 심하게 요동친다. '빨리, 더 늦기 전에, 전문가에게 보내.' 하는 마음과, '인강을 잘 듣는 것만 해도 어디야~ 아들을 믿고 좀 더 지켜봐'하는 마음? 그 둘의 갈등으로 내 머릿속은 여전히 시끄럽다. 


 "이번에 영어 특목고 반이 생겨서 시험을 봤는데, 반에서 6명이 특목고 반에 올라갔어. 우리 아들? 안될 줄 알았는데 붙었더라고. 엄청 기분이 좋더라."

"울아들 이번에 수학 탑 반에 올라가, 중2들이랑 같이 수업 들어. 뭐, 투자했으니 그 정도는 나와 줘야지?"

"요번에 수학 학원에서 경시반이 생겼더라고. 토요일반인데, 일주일에 4일이나 학원가는 게 좀 안쓰럽긴 하지만 경시반이라니까 아들도 욕심이 나나 보더라고. 그래서 경시반 하기로 했어."


 백 호랑이 아들의 친구들이 하필이면 다들 뛰어난 머리를 가졌나 보다. 학원에서도 상급반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나는 늘 엄마들의 자랑 아닌 자랑을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 아이는 엄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더 발전할 수 있는데, 그 자리 그대로 인 것 아닌가. 내가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딪히게 된다. 그럼 또 아이가 푼 문제집을 채점하게 되고, 아이를 불러 틀린 문제를 또 풀게 하고 말 그대로 닦달을 하곤 하는 것이다. 정말 못난 엄마의 표본이다. 


 "일 년 전에도 너 똑같은 고민을 했던 거 알아? 아이가 인강으로 하겠다면 좀 믿고 응원해 주던가. 아님 그냥 학원에 보내. 애만 고생시키지 말고."


 하도 고민이 많은 나를 보고 친한 언니가 제발 아들을 손에서 놓으라고 이야길 했다.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도 학원 보내는 것보다는 뮤지컬 한 편 더 보여주고 싶고, 학원비로 여행 한번 더 가주고 싶은 맘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이런 고민을 덜하지 않았을까? 결국엔 돈이 문제인가? 으악 모르겠다. 


 아. 그럼 적어도 흔들리지 말던가. 주변의 말에 갈대처럼 흔들릴 마음으로 아이의 혼공을 어떻게 시키겠다고 그러느냐 말이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한없이 우울해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못난 내가 너무 싫어진다. 안다. 내가 중심을 잡아야 아이도 제대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아들은 아직 혼자서, 가능하면 과외 없이 해 보겠다고 한다. 집에서 인강이나 들으며 혼공을 시키는 목적이 뭔가. 사교육에 휩쓸리지 말자고? 아니. 적어도 공부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니까. 어렸을 때 충분히 다양한 경험을 더 해 보라고. 교육비에 쓸 돈을 다른 경험을 쌓는데 쓰게 하려고 그랬던 것 아닌가? 그런데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는 이 마음이 싸이클론을 만난 것처럼 한없이 휘청이는 것이다. 


 제발 아들의 교육에 최적인 공부방법을 찾고, 제대로 서포트할 수 있는 부모가. 지혜롭게 결정 내릴 수 있는 부모가 되게 해 주세요. 기도할 뿐,  나는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 나는 아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의 선택으로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안 그래도 결정장애 심한 마흔다섯은 그래서 매일이 고민이다. 초조함을 이기지 못해 울기나 하는 미련한 내가 참 싫다. 

 누가 좀 아이의 인생을 촤락~ 설계해 나에게 던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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