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증명사진의 달인은 뽀샵의 달인이었습니다. 허허.
매일 밤낮으로 구인란을 뒤지다가, 어느 날 지원해 봐도 될까? 싶은 공고를 발견했지만, 증명사진이 너무 먼 옛날 찍은 것뿐이었다.
젊은 시절의 나의 모습은 반가웠지만, 거의 '누구세요?'수준의,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얼굴.
그리하여 나는 오랜만에 증명사진을 찍기로 했다. 언제라도 괜찮은 구인 공고를 발견하면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청 앞 사진관이 하도 많은 이들의 사진을 찍어봐서 증명사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찍는다길래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노란색 간판으로 된, 5평 남짓한 작은 사진관이었다.
이 좁은 곳에서 하루에도 수 십, 수 백장의 증명사진이 탄생하고 있다니, 기술 하나로 흔히 말하는 '돈을 찍어내고' 있을 사진사분이 부럽게 느껴졌다.
서둘러 외모를 단장하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살짝 웃어볼까요?
사진사분이 내가 웃고 있는데 웃으라 하신다. 웃고 있는데, 웃으라셔서 더 웃었더니 온몸이 경직되고 희한하다.
그는 몇 장 후다닥 찍더니, 내 얼굴을 모니터에 보여주었다. 화면 속 내 모습이 어색해도 너무나 어색해 손사래가 절로 쳐졌다.
어이쿠야... 내가. 이런 표정이구나.
아이를 낳고 15 kg 이상 살이 쪘기 때문에 얼굴은 당연히 넙데데하고, 붓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 '면적'의 문제보다는 '표정'의 문제였다.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웃는다고 웃었는데 웃음기는 없고, 거기에 얼굴에마저 살이 쪄 셀룰라이트가 꿈틀대고 있는 형국이랄까. 하.
내 얼굴인데, 쳐다보기가 싫었다.
사진작가분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이번엔 잘해 봐야지,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웃어보리라 각오했다.
찰칵, 찰칵,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동안 나는 최선을 다해 미소 지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찍어도 그 나물에 그 밥. 사진사분도 조금 지쳤는지 다시 찍은 몇 장중에 가장 나은 걸 고르라 하셨다. 암만 봐도 다 이상하다. 게다가 나는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 그냥 사진사분의 선택에 맡겼다. 사진으로 안되면 뽀샵이라는 게 있다.
30분 후 사진을 찾으러 오라길래, 나는 도망치듯 사진관을 나왔다.
근처 커피숍으로 가 잔뜩 경직 돼 있던 몸을 시원한 커피로 풀어냈다.
웃을 일이 없었던 지난날들을 찬찬히 곱씹어 보았다. 뭐 아이를 키우는 십여 년 동안, 웃을 일이 아예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행복'한 일은 없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렇게 웃을 일 없이 살아도.
어이없게도 증명사진을 찍던 시간은, 내 인생 후반이 웃을 일 없는 우울한 인생이었음을 증명했다.
잠시 후, 약속한 시각에 맞춰 사진관으로 갔다.
냐하하하하. 이 분은 뉘신지?
증명사진의 달인은 다름 아닌 뽀샵 성형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웃음을 안겨준 증명사진 덕분에 한껏 우울했던 마음에 구름이 살짝 걷힌 기분이었다.
하, 지금 이 기분으로 다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올 텐데.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증명사진을 꺼내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이없는 증명사진, 뽀샵 속 미인이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따라서 씨익 미소 지어 보았다.
증명사진 속 내 얼굴은 한없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뭔가 준비를 시작한 기분은 들었다. 확실히 증명사진으로 전투력은 상승했다.
이제 이 증명사진을 활용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보자.
열심히 이력서도 작성해 보고, 이 어색한 증명사진을 널리 널리 사용해 보는 걸로.
자, 시~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