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은 만들어낼 수 있다.
파우사니아스 : 선생님, 여기 닭 한 마리 가져왔습니다. 생신 축하드리고 오늘 저녁 연회 때 나올 요리에
같이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크라테스 : 오오 파우사니아스여, 자네는 어떻게 내 생일을 알게 되었는가? 나는 지난 몇십 년간 새로 알게 된 사람에게 내 생일을 알린 적이 없는데, 자네가 정확한 날짜에 근사한 선물을 들고 왔다는데 무척 놀랍네.
파우사니아스 : 지난달부터 관청에서 전쟁에 참가하여 공을 세운 사람이 생일날 더 많은 축하를 받을 수 있도록 생일이 언제인지를 공시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직 모르셨군요.
소크라테스 : 그런 일이 있었구먼. 그 제도를 만든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는 그것이 '축하'라는 말의 의미를 가볍게 만든다는 점에서 달갑지가 않다네.
파우사니아스 : 어째서 생일을 알리는 것이 축하의 의미를 가볍게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소크라테스 : 파우사니아스여, 만약 자네가 별로 친하게 지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르지는 않는 누군가와 초소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고. 만약 그 사람의 생일이 공시되는데 그것을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 있겠는가?
파우사니아스 : 그래도 계속 같은 초소에서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일 테니 선물은 몰라도 최소한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지. 왜냐하면 생일을 몰랐을 때는 몰라서 축하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테니까. 심지어 원래대로라면 축하의 말을 주고받지 않을 사람들조차 단지 사회적인 관계 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축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축하를 받아야 한다고 느낄 것이라네. 여기에 동의하는가?
파우사니아스 :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 하지만 우리는 본래 축하라는 말은 어떤 뜻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네. 나는 축하란 어떤 사람이 특정한 사건을 겪었을 때 그 사람을 아끼는 사람들이 대상자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마음의 표시라고 생각하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파우사니아스 : 확실히 저도 주로 축하의 말을 건네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제가 가깝게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소크라테스 : 그럼 자네가 친하지는 않지만 단지 같은 초소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경우는 그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없으니 축하라는 말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파우사니아스 : 제가 건넨 말이 축하라는 말의 뜻에 어울리는 행동인지 여부로 보자면 그렇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같은 공간에 일하는 사람인데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축하의 말을 건네었을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 파우사니아스여, 나는 자네가 사회 속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과 마찰 없이 지내려는 노력을 책망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네. 그런 행동이 자네의 양심과 지혜로운 삶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권장할만한 행동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축하라는 말이 서로에게 너무 가볍게 쓰이는 세태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만 하네. 왜냐하면 아끼는 마음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른 축하의 말이 흔할수록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 사이에 행해지는 축하의 의미는 점점 약해져 갈 테니까.
파우사니아스 :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저도 새로운 제도가 생기고 나서 축하한다는 말을 부쩍 많이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 나와 자네는 한 명의 시민일 뿐이니 제도가 만들어지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아무런 차이 없이 축하를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네. 그래서 나는 이제 관청으로 가서 그 명단에서 내 이름은 빼 달라고 말하려고 하네. 축하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 나라는, 이 소크라테스라는 사람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 혹은 나의 관계의 마찰이 생기는 것이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파우사니아스 : 그럼 같이 다녀오시죠. 마침 오늘은 근무가 없는 날이니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선생님의 생일 축하하는데 함께하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 : 바로 그런 마음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신들을 기쁘게 하는 '진심 어린'이라는 형용사에 부합하는 것이라네. 닭 일천 마리보다 더 값진 그 마음 잘 받았고 남은 하루를 축복이 가득한 것들로 채워나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