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알 것 같은 마음으로
아주 조금은 알 거 같다, 무언가를 만들어서 남들에게 공유할 때까지의 그 고단함과 치열함을
게임과 만화의 적이 유튜브나 틱톡의 숏츠 영상들이라고 지칭될 만큼 세상은 짧고 자극적이고 간결한 콘텐츠가 대세이다. 그런 와중에 나는 '글자'라는 문자 그대로 고대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나와 마찬가지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모든 분들 역시 그런 고대인(?)의 후예인 셈이다.
하지만 고대인들은 고대인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데 의외로 쓰고 싶은 글이 자판기처럼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는 하루키 본인은 정해진 일과대로 글을 쓰고 자리에 눕는다고 하는데, 하루키는 그런 사람이니까 문자 그대로 몇십 년째 쉬지 않고 소설을 쓸 수 있었겠지만 나야 하루키가 아니니 일주일에 한번, 고작 A4용지 한 장을 채울만한 글을 쓰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여느때처럼 쓸 글일 없어서 고민하던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켰다. 오랫동안 구독하던 유투버가 뭔가 업데이트했다는 알림이 떠서 들어가 봤더니 멤버십을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직하게도 멤버십을 가입해도 따로 제공할만한 콘텐츠는 없고 그저 영상 제작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멤버십에 가입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액수는 적지만 그 금액이라도 후원을 받고 싶다는 복잡한 마음과 함께.
멤버십 가입 버튼을 위해 결제창을 여는 그 순간, 느껴진 마음은 그저 '조금은 알 것 같다'라는 한마디였다. 이 짧을 글을 쓰는데도 생각하고 다듬고, 그리고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데 10분이 넘는 영상을 만드는 일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그걸로 구독자 100만 명을 찍었다면야 직원이라도 고용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혼자서 간신히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공개하고, 그러면서 도저히 품이 안 나와서 후원을 해달라고 올릴 때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그 노력의 양에 비할바는 안되지만 무언가를 쓰고, 만들어내는 입장에 서 보니 그 고민과 힘든 시간이 조금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이렇게 잠깐 다른 사람의 자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아주 가끔만 이런 순간이 찾아오는 것을 보니 아직 성장기인가 보다. 그래, 기왕 성장기니까 키도 크고 피부도 좋아졌으면 더 좋겠다. 청춘도 아닌데 성장하는데 아프기만 하면 너무 억울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