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스티브 마티노 감독(2015)

by 나이트 아울

하루가 끝나고 집에 들어온 순간, 새벽 2시에 도달하기 직전의 시계가 남자를 반겨주었다.남자의 집에는 화분도, 반려 동물도 없었다.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누구를 돌볼 수 있단 말인가.


잠이 드는 순간조차 인식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해가 떠 있었다. 어느 순간 나이가 몸을 짓누른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포기해고 말았다. 나이가 들고, 혼자 산다는 것은 어느 별천지에서는 자유로운 삶이라고 표현하지만 남자는 그럴 때마다 혼잣말을 한다.


고독사할 자유가 필요한 삶을 꿈꾸는 어린이였던 적은 없던 거 같은데....


그래도 오늘은 심장마비로 죽을 날이 아니었지 눈이 떠졌다. 눈을 뜨고 나니 배가 고팠고 잠시 동물로 돌아가 욕구를 채웠다. 그렇게 동물적인 욕구가 채워졌건만 삶은 별로 채워진 것 같지 않았다. 외롭다, 쓸쓸하다, 이런 푸념이 아니었다. 사회인으로서 자리는 잡았고 삶을 괴롭히는 큰 고민은 없었고, 그런 삶이 최고라고 옛 성현들이 말했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부족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삶이 충분하지 않았다.


다른 많은 직장인들처럼 습관적으로 넷플릭스를 켠다. 보려고 마음먹은 작품들만 지금부터 매일 보기 시작해도 2026년이 끝날 때까지 볼 수 없을 정도로 넷플릭스에는 미루기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들어온 작품이 있었다.


아, 어릴 때 많이 좋아했었지.


남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잠시 추억에 잠기려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추억, 그것은 과거에 겪었던 쓰디쓴 모든 일에 무지개 빛을 도금하는 마법의 단어 아닌가. 남자는 떠올린다, 자신이 새벽 두 시까지 일하게 되었던 이유가 새해 첫날, 좋아하던 사람에게 차였고 집에 있으면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편하게 있기 어렵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런 속주머니 속에 담겨 있는 사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팀장님이 왜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냐고 여쭤보시겠지만 진실은 주머니 밖으로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내 고통은 회사 좋은 일로 승화된 것이라는 사실이 고통에 쓰라림을 더했다.


그런 생각이 잠깐 스쳐간 이후에 펼쳐진 추억은, 다행히도 놀라움으로 닫혔다. 그리고 남자는 떠올렸다. 왜 내가 이 작품을 좋아했는지. 만화 속의 인물들은 다시 보니 새로웠고 한편으로는 익숙했다. 하지만 오늘 본 추억 속의 캐릭터들은 모두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어른이었다. 그것도 우리 모두의 모습을 조금씩 극적으로 반영한 어른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시간의 파도를 넘어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어릴 때도,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모두 어른이었다. 그들 모두는 만화 속에서는 단순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어른들의 고민을 안고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랬던 삶이 내 삶에 두 번 겹쳐질 때, 어쩐지 거칠고 황량했던 하루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나의 불행이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치유된 것이 아니었다. 추억의 터널의 끝에는 '삶'이라는 한 글자에 담긴 무게가 누구에게나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이 펼쳐져 있었기에 조금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떠 올린다, 새해 첫날을 처참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 순간조차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리고 앞으로 수많은 쓴맛과 고통, 어쩌면 차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래도 삶을 계속된다.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슬픔과 기쁨,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남자를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남자는 조용하게 희망을 품었다. 그런 순간들을 견뎌내고 다음 순간을 맞이할 정도의 힘이 있기를,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처럼 그런 힘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하기를. 나는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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