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3 :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들

by 나이트 아울

내 눈앞에 나타난 건물은 1950~60년대에 지어진 투박한 콘크리트와 붉은 벽돌의 조합이었다. 연방 정부 건물 특유의 오만하고 권위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메마른 느낌을 주는 건축물은 세월의 풍파에 빛바랜 독수리 로고가 박힌 푸른색 'United States Post Office' 간판을 앞세워서 이 흐린 날씨 속에서도 기괴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돌턴 우체국이다.


낡은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자, 기름기 없는 경첩이 비명을 지르듯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뱉으며 정적을 깼다. 입구 근처에는 항상 눅눅한 종이 냄새와 비에 젖은 코트에서 배어 나온 쾨쾨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마치 이곳에 누구라도 오래 머물기를 원치 않은 직원들의 마음이 반영된 공간 같았다.


이 도시는 철강업의 불황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도시였다. 우체국은 단순히 우편물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밀린 고지서나 실업 급여 통지서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생존을 확인하는 최전선이었다. 우체국 입구에서 사람들은 젖은 우산을 거칠게 털어내며 서로 짧은 눈인사를 나누곤 했지만, 그 이상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각자의 삶이 짊어진 무게가 너무 무거웠기에, 공간에는 축축한 비 냄새와 함께 지독하고도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카운터로 가기 전, 구석에 놓인 낡은 테이블 위에서 봉투 두 장을 집어 들었다. 셀프 계산 코너에는 **"창구에서 우표와 함께 계산하세요"**라는 문구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적혀 있었다. 물론 나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우표를 붙일 봉투는 오직 한 장뿐이다. 나머지 한 장은 우표가 붙은 봉투 안으로 들어가는 용도로 사용될 뿐이니까. 빈 봉투를 보내면 분류 과정에서 의심을 살 수 있기에, 무언가 들어있는 듯한 부피감이 필요했을 뿐이다.

봉투 안에 다른 봉투를 집어넣고, 옆에 놓인 풀로 입구를 밀봉한 뒤 주소를 적어 내려갔다. 우체국에 들어오기 전 공중전화 부스에서 확인해 둔 22번가의 주소였다. 내가 보낸 이 우편물은 언젠가 그곳에 닿을 것이다. 그 후의 사정은 내 알 바가 아니었기에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무언가를 저지르고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감각. 만약 파국만 따라오지 않는다면, 이런 무책임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창구로 향하는 길, 벽면에는 레이건 대통령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내들의 얼굴이 나열되어 있었다. 하긴, 수배자 전단지에 실릴 사진을 찍으며 미소 지을 사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내 입가에 아주 짧은 안도의 미소가 스쳐 지나갔던 건, 적어도 저 흑백 사진들 속에 내 얼굴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말이다.


두꺼운 유리 가림막 너머의 공무원은 오른손 곁에 출근길에 가져온 듯한 식어버린 커피가 놓였었지만 그는 커피로부터 어떤 힘도 얻지 못한 것처럼 무표정하고 무기력했다. 50대를 넘긴 그 남자는 지난 30년 동안, 자신의 등 뒤로 산더미처럼 쌓인 캔버스 자루들을 매일 같이 마주해 왔을 것이다. 그 지독한 반복이 삶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무기력한 공무원을 굳이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다. 봉투를 내밀자, 그는 수신자의 주소를 훑어보고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뱉었다.

20센트입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서 1달러 지폐 한 장을 꺼내 건넸다. 그리고 짧은 질문 하나를 덧붙였다.

22번가에는 언제쯤 도착합니까?


그는 80센트의 잔돈을 동전으로 짤랑거리며 건네주더니, 질문에 대한 이자처럼 대답을 붙여주었다.


내일 오후 2시 넘어서 찾으러 오라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그는 내가 우편물을 받을 사람에게 시간을 알려주려는 배려 깊은 발송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의 오해는 나에게 전혀 해롭지 않았다. 다만 진실이 아닐 뿐이었다. 우체국을 나설 때 벽에 걸린 시계는 9시 20분을 조금 못 미치고 있었다. 이걸로 내일 오후 2시 전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라졌다.

22번가 우체국에서 잠복근무를 하려면 근처에 숙소를 잡아야 했다. 이번 싸움은 생각보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장기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장기전을 여유 있게 버틸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다. 안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의 무게는 가벼웠고, 그 기벼운 무게라도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결국 나는 피로에 찌든 몸을 이끌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22번가로 향하는 버스에는 나 말고는 승객이 없었다. 낡은 시트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눈을 감았다. 잠시나마 현실의 악취에서 눈을 돌리고 싶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었다. 그리고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사실과 끝나지 않은 문제, 그 두 가지 기둥으로 나는 무너지려 하는 내 현실의 천장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 내 인생에 드리워진 짙은 어둠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 찰나의 공백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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