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6 : 강철의 사체 속에서

by 나이트 아울

눈을 떴다. 아니, 누군가 강제로 내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온 것처럼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방 안에는 창밖에서 기어들어 온 신경질적인 네온사인 불빛들이 먼지처럼 흩어지는 것 외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도시는 잠들지 않았지만, 이 방 안에서 살아있는 채로 지금의 현실을 견디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사지는 납덩이를 매단 듯 무거웠다. 그 무력감의 끝에서 문득, 11 구역 해리슨 경찰서 순찰대원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메스암페타민에 취해 정신을 놓은 누군가가 폐공장으로 숨어들었던 신고를 받고 받고 출동했던 그 밤이었다. 당시 내 파트너였던 고참은 퇴직을 불과 몇 달 앞둔, 그동안 쌓아왔던 악행들로 인해 부패와 나태함이 몸에 밴 노련한 쓰레기였다. 그는 공장 정문 앞에 차를 세우더니, 낡은 대시보드 위에 구겨진 잡지를 올려놓고 담배를 물었다.


"난 여기서 무전으로 지원을 요청할 테니, 네가 들어가서 훑고 와. 신참, 이게 다 현장 학습이야. “

차 안의 따스한 히터 열기 속에서 고참은 라디오의 야구 중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다. 백미러로 보이던 그의 무관심한 눈빛과 입가에서 뿜어져 나오던 매캐한 담배 연기. 그는 나를 어둠 속으로 떠밀어 놓고는, 자신만의 안전한 유리와 강철의 상자 속에 갇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던 나는 화가 나기보다는 막막한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선택권은 없었다. 조명 하나 없는 폐공장의 입구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결코 나를 반기는 느낌은 아니었다.


버려진 공장은 거대한 짐승의 사체 같았다. 한때 시카고의 밤을 호령하던 엔진 소리는 박제된 지 오래였고, 이제는 오직 깨진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칼바람만이 텅 빈 내부를 훑고 지나갈 뿐이었다. 기계들이 뜯겨 나간 자리에는 검은 기름때가 혈흔처럼 눌어붙어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녹슨 체인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비명 같은 금속음을 내뱉었다.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완전한 어둠은 낯설고 불길한 침입자다. 값비싼 장비를 챙겨 떠나는 캠핑족들의 낭만적인 밤과는 다르다. 우리는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인공적인 불빛 아래에서만 안도하도록 길들여진 존재들이다. 밤이 찾아와도 가로등과 전광판이 비겁하게 숨겨주는 도시의 추악한 민낯이, 이곳 11 구역의 폐공장에서는 아무런 가림막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 어둠은 단순히 빛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희망을 갉아먹고 자라난 거대한 우울의 덩어리였다.


이미 슬럼화가 진행되어 빛도 사람도 끊긴 이곳에서, 나는 그 어둠의 무게를 홀로 버텨내고 있었다. 어둠은 너무나 짙고 깊어서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그 잔인한 현실은 내가 어떤 공포를 느끼든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침을 삼키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 공장에서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든 기계가 강제로 도살당했다는 점이었다. 바닥에는 거대한 기계들이 뿌리 박혀 있던 볼트 구멍들이 흉하게 뚫려 있었다. 마치 강제로 뽑혀 나간 이빨 자국 같았다. 기름과 먼지가 뒤섞여 딱딱하게 굳은 바닥은 그 어떤 생명체도 발붙이지 못하게 거부하는 듯했고, 그 위로 내 근무화가 만들어내는 발소리만이 정적을 찢으며 지나치게 크게 울려 퍼졌다.


어둠 속에서는 시각보다 청각이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그 예민해진 고막 위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얹혔다. 분명 10시 방향에 있는 방이었다. 방은 유리창도 없었기 때문에 내부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 안에 있는 존재가 길고양이나 굶주린 들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사람이라면,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는 굶주린 늑대나 사자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일 것이 분명했다.


나는 홀스터의 잠금장치를 풀고 조용히 권총을 꺼냈다. 사격장의 종이 표적 외에는 단 한 번도 겨눠본 적 없는 권총의 무게가 오늘따라 손목을 꺾어놓을 듯 무거웠다. 나는 이 쇳덩어리에 담긴 생명의 무게를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었던가.


문은 아주 좁은 틈을 남긴 채 닫혀 있었다. 문 앞에 서서 숨을 죽이자 안에서 정체 모를 소리가 새어 나왔다. 동물의 낮은 울음 같기도 했고, 죽음을 앞둔 인간의 신음 같기도 했다. 진실은 어둠 속에 감춰져 있었다. 그 진실을 확인하는 방법은 단 하나, 문을 열고 손전등의 빛을 비추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 비겁한 선택지가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이 넓고 황량한 공장에는 나와 저 안의 누군가뿐이다. 차에서 졸고 있는 고참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여기서 등을 돌려 나간다고 해도,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보고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나는 다시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따뜻한 소파와 안전한 일상이 기다리는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손에 든 손전등의 빛이 파르르 떨리며 깜빡였다. 이틀 전에 교체한 배터리가 벌써 나갔을 리 없으니, 아마 내 두려움이 만든 환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짧은 깜빡임이 내 안의 무언가를 깨웠다. 나는 총구로 천천히 문을 밀어젖히며 손전등의 직사광선을 내부로 쏘아 올렸다.


그 찰나, 어둠의 일부였던 검은 물체가 맹수처럼 나를 향해 돌진했다. 정체 모를 존재의 서늘한 기운이 피부에 닿는 순간, 아까 전 머릿속을 스쳤던 그 비겁하고도 달콤했던 선택지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찔렀다. 차 안에서 담배나 피우고 있을 고참을 비웃으며 이곳에 들어온 나의 오만이, 아니, 이 도시의 어둠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나의 치기 어린 정의감이 결국 나를 이 구석진 폐허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후회스러웠다. 나는 도망쳤어야 했다. 따뜻한 소파와 안전한 일상이 기다리는 집으로, 이 지옥 같은 11 구역의 어둠이 닿지 않는 곳으로.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깨달음은 비명보다 늦게 도착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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