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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May 16. 2021

생활 혹은 습관에 후기 남기기

살펴보고, 평가하고, 기록한다

일기와는 좀 느낌이 다르다. 일기가 하루에 대한 전반적인 스케치, 감상이라면 이 <후기 남기기>는 내가 애정을 가지고 매일 하는 행위에 대해서 더 디테일하게 내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후기는 보통 쇼핑몰에 많이 남긴다. "사과 박스 아래쪽에는 멍이나 기스가 몇 개 들어있네요", "사과가 단 맛은 덜한데 그래도 수분은 많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 댓글도 후기의 의미가 있다. "동영상 통해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좋은 말씀 덕분에 힘과 위로 얻고 갑니다"


이렇게 남의 삶과 상품과 서비스에는 당연한 듯 후기를 남기면서 정작 내 삶에는 왜 후기를 남기지 않는 걸까? 아마 나의 존재와 생존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그런 게 아닐까. 후기나 댓글은 보통 감동 혹은 도움을 받았거나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기록한다. 매일의 내 삶에 무슨 감동과 도움을 받고,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서 후기를 남긴단 말인가?


이런 생각은 피아노 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피아노'란 키워드로 에세이들을 살펴보면서 들었다.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 논리로 습관도 잘 해내나, 못 지키나. 못 지키면 나는 못난이, 의지박약... 늘 이런 식이었는데, 그 중간지대가 있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중간지대가 가장 중요한데, 포기하는 사람들은 중간지대를 살펴볼 여유와 애정이 없어서 스스로에게 속전속결의 판결을 내리고 마음을 닫아버린다.


행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행동을 하면서 오늘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런 게 중요하고, 기록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말이다.



나의 경우, '오늘은 E 메이저 스케일을 연습했는데, 스케일 모양이 산 두 개 이어놓은 것 같네. 낮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으로 흰건반과 검은건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 되겠군' 이런 식이다.


일반적으로 '평가'라는 단어의 느낌은 점수로 매기는 상중하다. 사전에 찾아보니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또는 그 가치나 수준'이라고 나와 있다. 내가 말하는 '생활에 대한 평가'는 시험 점수 같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평해보자는 것이다. 가치가 높고 낮고 이런 게 아니라 '어떤 주관적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하는 마음가짐 말이다.




좋은 후기가 많이 달린 쇼핑몰이 발전하고 흥하듯이 내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고, 평가하고 기록하면 분명히 더 좋아질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하고 흥미로운 사실은 내 삶에 대한 디테일한 후기는 나 말고는 아무도 남길 수 없다는 것이다. 후기를 남기기 귀찮다고?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삶도 나와 당신을 귀찮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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