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우울하면 일단 전진!
어릴 때 자전거를 처음 배워서 드디어 내 힘으로 중심을 잡고 갈 수 있게 된 날.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기쁨. 사춘기 때 아버지의 오토바이 업그레이드로 내 몫이 된 90cc 오토바이를 탈 때도 그랬다. 친구들이나 동생을 태우고, 혹은 혼자서 둑방길이나 시골길을 달릴 때의 그 짜릿한 기분이란. 운전면허를 처음 딴 후 차를 몰 때도 마찬가지였다. 달린다는 건 뭔가 자신감과 승리감을 주는 행위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전진은 동물과 인간의 본능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본능. 전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연부터 살펴보자. 우선 강물과 시간이 있다. 강물과 시간에는 후진이 없다. 거꾸로 흐르는 강은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소재다. 시간에 후진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근무시간도 괴로움도, 실수와 실패도 전진하는 시간의 속성 때문에 우리를 붙잡고 괴롭히지 않는다. 전진하는 시간의 속성(리듬)에 올라타야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기분이 좋아지는 우리 삶 속의 전진들>
- 달리기, 자전거 타기, 차 운전하기, 기차 타기
울적하면 일단 달린다. 자전거를 탄다.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한다.
- 차거나(축구), 치거나(야구, 골프,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던지거나(농구), 때리는(배구) 운동
(공을 가지고) 운동을 한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기(물리적 거리 좁히기, 심리적 대시하기)
오래된 연인이나 평상시 무심히 지나쳤던 가족에게 다가가 얼굴과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라. 호감과 애정이 더 생겨날 것이다.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다면 음료수라도 사들고 진도를 한발 더 빼보라. 설렘이 더 생길지도 모른다.
- 팔과 다리를 구부렸다 펴고, 몸을 오므렸다 펼치는 춤
춤도 역시 즐거움을 주는, 나아가고자 하는 행위다.
- 입안에서 바깥으로 공기를 내뱉는 노래와 말하기
경청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입 다물고 오래 경청만 하면 머리가 아플 수 있다. 모임에서는 간단한 추임새라도, 집에서는 애완동물하고라도 자꾸 이야기를 하자. 가수가 아닌데 노래를 꼭 잘 부를 필요 있나. 설거지를 할 때, 화를 가라앉혀야 할 때도 일단 아무 노래나 불러보자.
- 미래 상상하기
상상한 미래가 꼭 현실이 안돼도 괜찮다. 상상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면 좋은 것이다. 여행 전날이 더 설레는 것처럼 미래로 전진하는 생각(상상)은 우리를 들뜨게 한다.
- 매일매일 나아지는 내 모습
매일매일 같은 내 모습, 발전이 없는 내 모습을 보면 우울해지는 건 우리에게 전진 본능이 있어서가 아닐까? 어쨌든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걸 좋아하니까. 마라톤에서처럼 남들과의 비교 - 순위경쟁 - 에 집착하지 말고 점점 호흡과 리듬과 체력이 좋아지는 나를 지켜보는 게 행복이다.
그러고 보니 글쓰기도 전진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자들이 전진한다.
그래서 우리 삶에서 Do 만큼 중요한 것이 Go 가 아닐까. 삶이 껍데기 같으면 일단 하고, 정체된 느낌이 들면 일단 간다. 무엇을 하고, 어디로 나아갈지는 당신의 선택과 취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