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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Oct 03. 2021

이토록 처절한 나의 꿈, 나의 인생

신과의 대화, 나만의 독백

: 너는 왜 음악을 하느냐? 왜 음악에 그토록 집착하느냐?


: 인생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남은 생을 보낼 가치 있는 일로 음악보다 더한 것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나는 네가 음악을 하든 안 하든 관심이 없다. 네가 그토록 갈망하는 곡이 팔리는 일이 10년이 넘도록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음악을 계속할 작정이냐?


: 출세를 빨리 하기 위해서, 열매를 빨리 맺기 위해서 이런저런 일들 사이로 헤매고 다녀 봤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모든 열매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자연의 진리와, 당신이 내게 주신 재능이 비록 미약하더라도 그것은 쓰면 쓸수록 늘어난다는 신기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늘어나면 결국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이제는 저도 나이가 든 만큼 더 큰 가능성, 더 빠른 열매를 찾아 방황하는 짓도 그만하고 싶고요. 곡이 팔리면 너무나 감사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음악 안에서 저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열망이 우선입니다. 음악 안의 세계는 현실과는 다른, 현실 세계보다 한 차원 높은 세계라 할 수 있지요. 현실 세계는 살아있다는, 숨을 쉰다는 자체만으로 놀랍고 감사한 세계이지만 때로는, 아니 어쩌면 자주 매우 비루하고 삭막하며 예민하고 피곤한 세상이지요.


산으로 들어간 자연인들이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자기만의 집,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듯이 음악 안에서도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일은 저에게 신성한 의무로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꽃이 피는 영광의 시기가 짧다 해도 꽃이란 어쩌면 꽃을 피우기까지 그 나무의 삶의 지탱해주는 중심축이 될 수 있으니까요.


대인기피증에 이를 정도로 세상이 두렵거나 세상을 경멸했던 사춘기 시절, 위로해 줄 이가 아무도 없었던 그 시절에 내게 안위를 선사했던 음악이기에 제가 이토록 음악을 사랑하나 봅니다.


락음악의 울부짖는 일렉기타 소리에 분노를 날려버리고, 전인권의 찢어지는 목소리에 실컷 우울해하며,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소리에 상상 속 환상의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그 시절이죠. 가끔은 쇼팽의 현란한 피아노 연주에 삶의 사색과 색채를 떠올려보려 애썼죠.


행색이 누추해서 비웃음을 사더라도 그  옷 안에 몸뚱이가 건강하다면 아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차려입고 폼 나게 칼질할 게 아니라면 말이죠. 내 꿈을 비웃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죠. 내 꿈이 건강하다면 그런 비웃음은 그냥 파리 같은 겁니다.


출세도, 돈도, 성공도 다 좋고 중요하지만 결국은 본질 아닐까요? 내가 이 행위를 하는 자체. 그리고 왜 하느냐 하는 질문. 이 질문에 스스로 떳떳이 대답할 수 있다면 그 꿈의 행색이 비록 초라하고 누추하더라도 건강한 꿈의 몸뚱이로 계속 살아가면 됩니다.


한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은 쉽고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매우 흥미롭고 신기하고 신비한 일입니다. 짧디 짧은 삶의 시간 동안 우주의 모든 세계를 탐구하거나 탐닉하거나 누릴 수 없기에 우리는 자기만의 선택적 세계, 그 우주 안에서 현실보다는 차원이 높은 희열을 갈구합니다. 


그리고 찾고 구하는 자에게 신은 허락하고 허용합니다. 그 범위와 수준과 깊이가 어디까지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 아닐까요?


삶이 잠시 왔다가는 소풍이라서 모든 꿈은 너무나 가볍고, 그렇기에 또 너무나 처절합니다. 단 하루만 살 수 있다면 모든 것이 허무하겠지만 또 모든 것이 벅차오를 만큼 소중하겠죠.




처절해서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당신과 나의 꿈'이라는 이 약하지만 강한 식물을 잘 가꾸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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