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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살 반백수의 작곡음악일기
나는 오늘도 꾸역꾸역 피아노를 친다
완성 직전의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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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Dec 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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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두 마디, 네 마디, 여덟 마디. 조금씩 정복해 나간다. 완벽한 정복은 아니다. 1차는 악보대로 안 틀리고, 박자에 맞게 치는 게 목표다.
처음 이 곡을 칠 수 있을까 가늠해 볼 때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시작을 했다는 것은 내 의지를 스스로 접수했다는 얘기다. "그래, 해보자!"
정복해 나가는 마디수가 늘어날수록 뿌듯함과 버거움을 동시에 느낀다. 지나온 마디를 돌아보면 뿌듯하지만 해야 할 마디를 바라보면 버겁다. 낯선 화음과 멜로디와 리듬의 세계에 손가락과 두뇌를 드러내 놓고 승부를 벌여야 한다.
설렘도 있다. 곡을 완성했을 때, 부드럽게 곡 전체를 끊김 없이 연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연습을 생각하면 또 지치는 느낌이다.
곡을 완성하기까지는 많은 유혹이 있다. 연습을 회피하려는 핑곗거리는 차고 넘친다. 피곤함, 집안일, 보고 싶은 책과 영화, 술과 식탐들.
TV를 안 보는 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시간은 부족하다. 시간에 쫓긴다
여러 유혹들을 제법 잘 물리치고 거의 완성 직전까지 왔다. 아주 부드럽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틀리지 않고 칠 수 있는 단계.
하지만 출발선에서 보면 거의 완성인 지점이 완성선에서 보면 여전히 많이 부족한 지점이다. 그래서 또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진다.
완성 직전의 연주는 사실 그 자체로는 거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연주로서는 말이다. 즉 어설픈 연주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얘기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 할 연습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소연할 데도 없다. 피아노를 치는 일은 돈이 안될 뿐더러 내가 연습하는 것 외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완성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안고 다시 피아노 건반과 씨름을 한다.
그
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 본전 생각에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완곡한 후의 기쁨은 무심결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짓는 미소와는 사뭇 다르다.
자유롭게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던, 그 오랜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꾸역꾸역 피아노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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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 <재능이 꽃피는 늙은 나무> 출간 / 작곡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저씨 zeir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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