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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습작시

슬픔의 카타르시스

by 밤새

사악한 내 사랑이

아들의 외로움이

아내의 고단함이

엄마의 짐이

친구의 분노가

더딘 내 꿈의 속도가


자리를 지키려는 우리들의 아등거림이

뇌벌레처럼 맴도는 구슬픈 멜로디가


슬프고도 슬프다


우리는 무엇을 부여받아서 무엇을 이룬 다음에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의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안심하고 슬퍼할 수 있어서

이것은 슬픔의 카타르시스


슬퍼하는 것을 슬퍼하지 말고

기뻐하는 것을 기뻐하지 마라


슬픔으로도 기쁨으로도 아무것을 만들 수 있지만

우리는 결코 아무것도 아니지 않거나

결국 아무것도 아니니


눈밭을 비추는 햇살처럼 찬란하지 않아도

밟는 그 감촉은 한없이 부드러워서


나는 찔끔 눈물을 흘려보고

나는 찡긋 눈웃음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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