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내 사랑이
아들의 외로움이
아내의 고단함이
엄마의 짐이
친구의 분노가
더딘 내 꿈의 속도가
자리를 지키려는 우리들의 아등거림이
뇌벌레처럼 맴도는 구슬픈 멜로디가
슬프고도 슬프다
우리는 무엇을 부여받아서 무엇을 이룬 다음에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의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안심하고 슬퍼할 수 있어서
이것은 슬픔의 카타르시스
슬퍼하는 것을 슬퍼하지 말고
기뻐하는 것을 기뻐하지 마라
슬픔으로도 기쁨으로도 아무것을 만들 수 있지만
우리는 결코 아무것도 아니지 않거나
결국 아무것도 아니니
눈밭을 비추는 햇살처럼 찬란하지 않아도
밟는 그 감촉은 한없이 부드러워서
나는 찔끔 눈물을 흘려보고
나는 찡긋 눈웃음을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