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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Dec 03. 2020

하고 싶은 일을 너무 미루면 안 되는 이유

세 번째 싱글 <마주앉다>  발매

세 번째 싱글 <마주앉다>가 오늘 발매됐다. 노래를 만드는 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진도가 안 나가서 힘들었다.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아 짜증이 많이 났는데, 어쨌든 올해 9월 9일 첫 발매를 시작으로 3개의 싱글 앨범 발매로 한 해를 마무리하니 나름 뿌듯하다.


수년 전 손가락을 크게 다쳤었다. '100kg이 넘게 나가는 거구'라는 가해자가 있는 사건이었다. 손가락 마디의 뼛조각이 떨어져 나간 버린 것. 담당 의사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고, 수술이 잘 될 거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마취에서 깨고 보니 수술 시간은 장장 4시간. 수개월의 치료기간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석고 붕대를 푼 내 손가락의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손가락 사이가 오리발처럼 붙었고, 손가락을 구부리고 펴는 게 자연스럽지 못했다.


담당 의사에게 항의했으나, 수술 동의서에 이런 경우에 대한 내용이 있으며 억울하면 큰 병원에 가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나는 수개월 동안 생업에도 손을 놓아야 했고, 마음은 크게 위축되고 피폐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전 회를 다운받아서 볼 정도로 불의의 사건·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치료가 끝나고 정상 생활로 돌아왔을 때에도 다친 손가락을 볼 때마다, 손가락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인지될 때마다 가해자를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한 순간에 내 손가락이 아닌 것처럼 돼 버린 내 왼손 검지 손가락.


어설픈 연주 실력이지만 피아노와 기타를 칠 줄 알고, 자식들 독립시키고 나면 더 잘 치고 싶었던 나.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차츰 더 음악가이고 예술가이고 싶었던 나에게 손가락 상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사람이 참 간사하고 이기적인 게 엄마가 손을 크게 다치셨을 때는 이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는데, 막상 내가 다치니 절망과 분노 속에서 어찌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이 사건 후에 내가 크게 깨달은 게 한 가지 있다. 현재의 상태가 내일도 그대로일 거라는 생각은 한 치 앞도 못 보는 인간의 단순한 착각이라는 사실. 가장 기본적인 예로 오늘 사지가 멀쩡하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이 상태가 내일도 그대로일 거라고 누가 보장해 주는가? 뉴스에서 보듯이 불의의 해를 당하는 사람이 우리보다 죄가 많아서 그런 게 결코 아니지 않은가.


하고 싶은 일을 너무 많이 미루면 영영 못할 수도 있다. 배고픔도 타이밍이 지나면 배가 고픈 건지, 아픈 건지, 안 고픈 건지 애매해지는 시간이 온다. 하고 싶은 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여러 현실, 제약, 환경, 욕망과 함께 뒤엉켜 나의 순수한 욕구를 스스로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이 50을 코앞에 두고 음악을 부지런히 한다. 노래를 부지런히 만든다. 노래 부르는 것도, 악기 연주하는 것도 잘하지 못하더라도 계속할 것이다. 몇 명이 됐던 음원사이트에서 돈을 내고 내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이 계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 곡 <마주앉다>는 시적인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들기 시작한 곡이다. 멜로디가 너무 올드하게 나와서 버리려던 곡이었는데,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리듬이 약간 신나게(?), 재미있게(?) 나와서 끝까지 만들게 됐다. 멜로디는 결국 새롭게 교체했는데 결과물은 트로트, 발라드, 댄스의 중간 어디메쯤 되는 것 같다.


팔기 위한 곡이 아닌 나를 표현하는 곡은 이런 제한이 없어서 좋다. 장르 구분이야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거고, 음악은 원초적으로 소리이기 때문에 소리 자체에 어떤 식으로든 감정 이입이 된다면 나는 그것이 음악이라 생각한다.


내년부터는 팔기 위한 곡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곡, 이렇게 투 트랙 전략으로 노래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 돈 못 번다고 구박하는 아내에게 저작권은 70년이라고 늘 큰소리친다. 하나만 터지면 우리 노후가 편하고, 설령 못 터져도 다작을 하면 노령연금 수준은 될 수 있다고. 실현이 되면 자신감이고, 그렇지 못하면 사기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고의적인 사기가 아니니... ㅎㅎㅎ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527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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