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e, 품격과 폭력이 공존하는 도시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 역사의 산물들만이 최소한의 품격으로 남아있다.

by 밤 bam

로마의 첫인상은 잊을 수 없다. 밤 9시 정도 되었을까.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했고, 역 앞에 맥도널드가 있었다. 그리고 맥도널드 앞 어둠 속에서 사냥감을 노리듯 반짝거리는 빨간 그들의 눈빛을 보았다. 내가 유럽에서 느낀 첫 위압감과 위협이었다. 두 번의 로마방문에서 내 주변인이 겪은 폭력 경험을 나누고 테르미니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다.


2017년도 1월, 나는 런던을 떠나 로마로 향했다. 2016년도 수개월간 런던에서 인턴생활을 했던 터라 유럽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집시, 흑인 팔찌 강제 매매꾼, 서명 집단, 야바위 사기수법, 바닥에 그림명화 두고 밟는 사기행위 등 여러 가지의 범죄 형태를 인지하게 되었고 피하거나 대처하는 법을 어느 정도 숙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마는 달랐다. 테르미니역 근처 범죄행위는 간단한 소매치기, 사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강도행위'라고 표현하는 게 맞았다. 그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대처법이 없다. 단순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는 것이 최선의 대처일 뿐이다. 당시 같은 시기에 로마를 여행하던 아는 동생의 이야기, 5년 후 로마를 다시 방문했을 때 숙소에서 만난 형의 이야기로 로마의 폭력을 전해보고자 한다.


우선 아는 동생 이야기부터 하자. 2017년 1월, 그는 저녁 7시 무렵 테르미니역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어느 흑인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유럽으로의 첫 여행임에 두려움보단 외국인이 말 걸어주는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더 컸다. 흑인 남성은 한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내 아이라고 소개해주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평범한 몇 마디를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남성은 돌변한다.


"I am a boxer."


나는 복서이다.라고 말하며 그 문장을 수 없이 반복한다. 그리고 그는 가진 현금을 다 주고 풀려날 수 있었다. 실제로 당시 어느 한 한국인 여행객이 반항을 했다가 코뼈가 함몰되는 폭행을 당하기도 했었다.


두 번째는 작년 9월 숙소에서 만난 룸메이트 형의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플로렌스를 방문 후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했다. 그리고 출국 이틀 전 숙소에 어떤 형이 룸메이트로 들어왔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밤 9시쯤 되었을까? 형은 외출을 하려는지 겉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지금 나가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하려던 찰나 너무 오지랖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말을 잠갔다. 그 형은 유럽여행 둘째 날이기에 설렘 속에 숙소 주변을 돌고 금방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나는 금세 잠이 들었고,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에 잠이 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형 침대를 보았는데, 아뿔싸(!) 그가 없는 것이었다. 이곳은 내가 유럽에서 본 가장 위험한 지역 '테르미니'였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나는 걱정에 앞서 숙소 주인아주머니를 깨워 형의 연락처를 받고 연락을 했지만 당연히 받을 리가 없었다. 형은 이미 2명의 난민에게 폭행을 당한 후 물품을 갈취당한 뒤였다.



로마를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위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사에는 품격이 존재한다. 역사의 산물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그 위대한 자태를 뽐내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하지만 그 역사를 세운 사람의 품격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2018년 기준 매년 약 2천800만 명이 찾는 도시이지만, 로마를 방문하는 순간 여행객은 범죄의 대상으로 몰락할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다른 유럽도시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로마가 특별히 위험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매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오는 관광도시라는 점도 있지만, 특별한 점은 '난민의 입국'에 있다. 아프리카에서 오는 수많은 난민을 받아주는 관문이 바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이다. 정말 단순하지만 이탈리아는 남쪽지역으로 갈수록 GDP가 더 낮아지고 우범지대일 확률이 높아진다. 로마는 이탈리아에서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많은 난민들이 테르미니에 거주하고 있다. 실제로 테르미니역 주변 일부 건물들은 우범지대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이다. 물론 파리의 북부지역이나 바르셀로나 라발지구 등 우범지역은 유럽 전역에 많다. 하지만 테르미니를 더 특별한 우범지대로 많드는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이 로마의 관문, 즉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같이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통의 요지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여행의 관문이다. 실제 단어 테르미니는 '종착점', '끝'을 의미하며 과거 세상의 중심이었던 로마에서 '세상의 끝'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목욕탕이라는 뜻의 어원을 두었다는 설도 있음


로마 바티칸이 가진 역사와 예술은 위대하다. 바티칸 속에서 과거의 창조물을 참관하는 매 순간이 경이로울 뿐이다. 하지만 바티칸을 나오는 순간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지역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슬픈 일인가? 세계 최고의 역사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람들의 품격은 사라진 마치 도금으로 된 엘도라도와 같지 않은가.




그럼에도 로마는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없다. 역사의 위대함, 사람들의 정겨움은 아직 살아 있다. 하지만 곳곳에 범죄의 위험이 아름다움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왔을 뿐이다.



Gregorio Allegri가 1638년경 작곡한 'Miserere mei, Deus'라는 곡이 있다. 그 곡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워 신마저 잊게 만든다 하여 당시 교황청에서 대중으로의 유출을 막았고 연주되는 걸 금기시했다. 노래가 연주될 수 있는 순간은 1년에 단 한 번으로 그것도 바티칸 속 성 시스티나 예배당에서만 연주될 수 있었다. 약 15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모차르트가 그 노래를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단 한 번만 듣고 카피하여 대중에게 퍼지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특히 노래 속 '카스트라토'만이 낼 수 있는 음역인 4옥타브 C가 나오는 부분은 경이롭기보다는 소름이 끼치고 신비스러울 뿐이다. 당시에 성스러운 노래는 남자만이 부를 수 있기에 거세를 한 카스트라토가 그 부분을 맡아 불렀고 현재는 여성 소프라노 혹은 변성기가 오지 않은 소년이 부르고 있다. 이 곡을 언급한 까닭은 노래 제목에 있다. 'Miserere mei, Deus'는 'Have mercy upon me'로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이다. 현재 로마에 만연하게 존재하는 범죄들, 그리고 그것을 범하는 난민들도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환경이 뒤에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에게 자비가 베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에 이 노래를 추천한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https://youtu.be/IX1zicNRLmY

추천곡: Miserere mei deus - King's College, Cambridge의 커버




Photo by Bam

keyword
밤 bam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획자 프로필
팔로워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