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et Beach, California
나는 왜 이곳을 좋아할까?
특정 장소를 좋아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어떤 장소의 외형적인 아름다움만이 사람을 끌어당기지 않는다. 장소가 사람들에게 특별함을 선사하는 요소 중에는 '사색'이 있다. 특히 홀로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이와의 대화가 채워지지 않기에 외적으로는 비워져 있지만, 고요한 사색이 더해질 때 내면은 비로소 꽉 채워진다.
캘리포니아의 해변은 관광지로 저명한 곳들이 많기에 고요한 곳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Sunset Beach(선샛 해변)는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요건들로 가득 차 있다.
Sunset beach는 이름대로 아름다운 석양을 자랑한다. 한 여름에는 비교적 사람이 붐비긴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다른 해변(산타모니카 해변, 베니스 해변, 말리부 해변 등)에 비해 한산한 편이다. 위 사진은 6월의 모습이며,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선셋 해변은 2011년 Huntington Beach(헌팅턴 해변)에 통합되었지만, 미국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Sunset Beach로 부른다.
사실 캘리포니아의 맑은 하늘 아래 석양이 아름답지 않은 장소는 없지만, Sunset Beach의 일몰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신비함이 깃든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일몰 시간에 맞춰가는 것을 추천한다. 서퍼의 성지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의 해변이지만, 서퍼보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진귀한 광경 또한 볼 수 있을 것이다.
수평선을 따라 해변은 대부분 주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주변에 바와 레스토랑도 있어서 석양과 함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평소 별장에 대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지만, 이곳을 방문할 때면 해변 앞에 집이 하나 있었음 하는 욕망이 생긴다. 메마른 예술적 영감마저 다시 피어오르게 만들 것만 같은 이곳의 풍경을 매일 보고 싶을 뿐이다.
Sunset Beach를 보면 연상되는 시 하나를 추천하고자 한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William Wordsworth(윌리엄 워즈워스)의 'It is a Beauteous Evening, Calm and Free'라는 시다.
It is a beauteous evening, calm and free,
The holy time is quiet as a Nun Breathless with adoration;
The broad sun Is sinking down in its tranquility.
평온하고 자유로운, 아름다운 저녁.
이 신성한 시간은 숨죽이고 경배드리는 수녀처럼 고요하다.
커다란 해는 평안 속에 지고 있다.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걷는 도중에 한 소년을 발견했다. 거대한 석양 아래 고요하게 낚시를 하는 소년은 오랫동안 시선을 앗아갔다.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