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happens to me
뉴욕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은 상당히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Jay-z의 <Empire state of mind>, Frank Sinatra의 <New York, New York>, Billy Joel의 <New York state of mind> 등이 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영화 <Rainyday in New York>이 개봉하면서 새롭게 추가된 곡이 있다. 영화 속 주인공 Timothee Chalamet(티모시 샬라메)가 <Everything happens to me>를 부르며 로맨틱 명장면이 탄생했고, 뉴욕 노래 리스트에 새롭게 업데이트되었다.
Chet Baker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 재즈 노래를 뉴욕 관련 영화에서 만난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뉴욕행 비행기에서 이 영화를 접했기에, 뉴욕을 거닐면서 쳇 베이커 음악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에 있는 동안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수증기와 같은 비가 내렸지만, 내게는 그저 쳇 베이커 음악에 어우러지는 선율이 내릴 뿐이었다.
런던처럼 뉴욕 사람들도 굳센 비가 아니라면 비를 피하지 않는다. 런던에 살면서 수없이 많은 비를 맞았던 나로선 뉴욕에서 비 맞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난 어려서부터 굳이 비를 피하고자 하지 않았다.
비와 관련된 어렸을 적 일화가 생각난다. 가족과 함께 인도네시아 여행을 갔었을 때이다. 폭우가 쏟아졌고,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잠시 숙소를 이탈했다. 1~2시간이 지났고, 난 흠뻑 젖은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이 크게 놀라 나를 안아주었던 기억이 난다. 어두움에 잠식되어 폭우 속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난 비를 맞으며 씁쓸한 미소를 띤다.
쳇 베이커의 음악에는 <Almost Blue>, <Blue room>, <Born to be Blue>처럼 유난히 'Blue'에 대한 곡이 많다. 블루는 한국말로 의역하면 '우울한'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재즈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난 본능적으로 이 블루에게 마음이 동화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이 불치병과 같은 쓸쓸함에 대하여 어찌하면 될지 친구에게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내게 짧은 몇 마디를 건넸다. 모두 나의 선택인 것이라고. 헤쳐 나오라고.
우울은 안개 같은 거야. 휘휘 저으면 사라진다고. 영원히 갇히거나. 둘 중에 선택하는 거야.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