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낳는 손

몽당 몽당한 사유

by 낭만딴따라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은 잃어버린 단 하나가 억울하다. '그 정도로 뭘 그러냐'라고 야유하지 마라.

누구에겐 생의 전부이거나 오랜 꿈일지 모른다. 하나를 가진 그날이 처음 부자가 되고 꿈을 꾸기 시작한 날일 수 있다. 그의 세계가 단 하나였다고 해서 작은 게 아니다. 하나를 잃은 그는 온 세상을 도둑맞았다.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손을 펴는 일이 쉽다. 주먹보다 보자기가 익숙한 손은 지금 손아귀에 든 것이 언제고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안다. 세상이란 제 것을 영원히 주지 않으며 함부로 맡기지 않음을 안다. 두 개를 가졌을 때 하나를 내줘야 그나마 자신의 것이 남음을 알기에 잠깐 스쳐 간 소유에도 충분히 기쁘다. 양껏 움켜쥐었을 때 드는 두려움은 빼앗겨 본 자만이 안다.


움켜쥔 손은 곱사등이다. 시퍼렇게 질린 힘줄과 팽팽한 손등 위로 우그러진 뼈는 기형이다.

단 하나도 놓지 않으려는 손은 죽어서도 주먹이다. 시간에 삭은 둥그런 주먹 뼈 안은 텅 빈 허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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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 않습니다

활짝 핀 손은 타인의 손을 잡는다. 손바닥을 마주한 무해한 손만이 무엇이든 구하는 기도를 하고 신의 응답을 받는다. 기적을 낳는 손은 펼친 손이다. 덜 가졌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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