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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딴따라 Oct 23. 2021

인생에는 여백이 필요하다.

내려놓아야 보인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다. - 알랭 드 보통

불안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어둡게 한다. 어두워서 불안한 건지 불안하니까 어두운 건지 모르지만, 불안이 낳은 상상은 꼬리를 이어 확신에서 예언이 된다. 어둠을 틈탄 예언이 지배하는 밤의 사람은 연약한 한 마리 짐승이다.


혹자는 트라우마라 하고, 누군가는 무의식에 잠자던 유년 시절의 경험이 특정한 상황이나 물건을 통해 발현된다고 했다. 마음을 잠재우고 주위 사람이나 전문가를 통해 천천히 원인을 끄집어내어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이리 쉬운 방법을 그리 많은 사람이 몰라서  정신의학과 심리 상담이 전성기인지 의문이다. 불완전한 시대에 완전한 평안을 누리는 사람이 과연 있는지, 트라우마 하나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 언제 낙오될지 모르는 불안 사회생활 여부와 상관없이 사는 동안 느끼는 위기일 테니, 유아기의 분리 불안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은 도움 되지 않는다. 까닭 없는 외로움이나 동틀 때 살아 낼 오늘의 무게가 무거워 의지가 흔들릴 때마다 가까운 이나 가족에게 집착하고 SNS를 돌아다니며 홀로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게 사람이다.


신이시여,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인생수업>

지금 보이는 별은 수억 년 전에 이미 빛났었거나 초거성이 폭발한 마지막 순간일 수 있다. 오늘의 생도 흐를 만큼 흐르면 찬란한 빛이든 소멸의 광채든 제 몫만큼 반짝인다. 생의 질서에 존재하는 것 중 의미 없는 건 없다.  


포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어떤 결과여도 모르겠다는 나자빠짐이지만, 내려놓음은 할 수 있으나 다하지 않고 비워두는 여유로움이다. 빈 공간이 클수록 고통이 차지하는 자리는 상대적으로 작다. 원래부터 볼품없던 불안은 넉넉한 공간에선 더 왜소해진다. 그 나머지를 햇살이 충분히 감싸도록 하려면 여백이 있어야 한다. 불안이 제멋대로 각색한 스릴러물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인생의 여백을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불행이라는 주어 자리에 소망, 꿈, 믿음 같은 다른 이름을 넣어야 한다. 이름은 씨앗이다. 뿌려야 자라고 커진다.


신께 기도하는 건 자신에게 충성하는 피조물의 불행쯤은 다 없애줄 테니 걱정 말라는 게 아니다. 타는 태양과 촉촉한 비, 뜨거운 여름서늘한 바람은 공생한다. 삶의 순리에 견디고 순응할 때가 있음 들판의 풀도 안다. 자신에게 닥칠지 모를 불운을 신이 물리칠 거라며 손 놓는 어리석음이나 어찌해도 안 된다는 포기 때문에 불안이 움튼다. 겪어야 할 어려움이나 지나가야 할 터널은 사랑을 찾은 이의 기쁨과 자신의 소명을 깨달은 환희처럼 필연이다.



별이 영원히 별이 아니듯, 생애의 이벤트 영원하지 않다. 그래 와보렴. 네가 어떤 모습인지 찬찬히 보고 성실히 하겠다는 자세와 생명의 순환을 돌리는 신의 손놀림이 계속될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숨 가쁜 열심과 쉼을 빙자한 도피 무엇하나 건강한 삶이 아니다. 전력 질주 이후에 남은 탈진이나 휴식이라는 이름의 도망은 불안이라는 변이를 낳는다


내려놓아야 보인다. 한 번씩 속도를 조절하고 브레이크를 거는 순간 불안과 두려움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던 자신이 실은 마음 한구석에 해결책을 갖고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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