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유식함의 시작, 한 줄 문장의 힘

by 바나나 슈즈
미네르바.jpg Minerva and the Muses, Hans Rottenhammer, 1610


중학교 때였다. 수업 시간에 『주홍글씨』라는 소설이 나왔다. 선생님이 물어본 건지, 어느 자료에 나왔던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반 친구 55명 중에 그 책 내용을 아는 사람이 나 혼자였다는 것. 그 순간 느꼈던 으쓱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주홍글씨』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건 아니었다. 줄거리만 모아놓은 책을 읽었을 뿐이었다.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단지 그 책의 내용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아는 척을 할 수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유식해 보였다.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하나의 작은 트리거가 생긴 것이다. 시간이 흘러 직장 초년생 때, 나는 ‘네이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사람들이 모르는 걸 나에게 물어보면 웬만한 건 다 대답해 줄 수 있었으니까.




이런 경험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작은 지식 하나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시 이 대사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지만, 험프리 보가트가 이 대사를 던지는 순간, 단순한 말 한마디가 인생을 관통하는 명언이 되었다. 누군가는 이 대사를 인용하며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마치 오래된 클래식 영화의 미학을 아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저 짧은 한 문장일 뿐이다(유명 외화 번역가인 이미도씨가 이 문장이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가 아니라 '당신 앞날에 행운이 있길 빌어요'라고 한 칼럼에서 썼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흐르는 물결에 밀려 뒤로 끌려가면서도.”

이 문장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20세기 문학의 본질을 꿰뚫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 문장 하나로 대화를 주도할 수 있고, 사람들은 당신을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모르면서 아는 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지식을 쌓고, 그 지식을 통해 유식함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표다. 아는 척을 함으로써 얻는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지식에의 갈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은 아는 척이 당신의 세계를 넓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일지 몰라도, 그 작은 지식이 스스로를 레벨 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전 속 한 문장.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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