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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Dec 13. 2019

한 해를 톺아보다

나의 2019년을 샅샅이 더듬어 살펴보았다

어짐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 졸업이나 이별 장면에서나 사용할 법한 표현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매년 겪고 있다. 매년 헤어지고 만난다. 12월과 1월의 사이에서, 우리는 이전년(以前年)과 헤어지고 다음 년(年)과 만난다.


연말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으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연말정산'을 제안했었다. 한 해의 삶을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제안이었다. 이번 글은 이 제안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다.




총평

나의 2019년은 성과는 있었지만 중구난방인 해였다. 지나치게 일을 펼쳤고, 이를 수습하기 바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더군다나 신규 프로젝트들 간의 연관성이 없어 각자 따로 흘러갔으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주고받지 못했다. 1 더하기 1을 했는데 2도 안 나왔다고 할까. 적은 수의 일에 더 확실하게 노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선점 1. 선택과 집중을 한다

내가 유난히 부족한 부분이 선택과 집중이다. 항상 바쁘고 분주하지만, 자세히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정작 집중이 필요한 시기와 영역을 놓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일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숲보다는 나무를 보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된 사람이 나 자신이 아닌지 반성한다. 2020년에는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여, 알맞은 시기에 알맞은 일을 하자.


개선점 2.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

무작정 열심히 산다고 시간을 잘 쓰는 건 아니다. 시간 활용에 있어 지나치게 욕심이 많은 것도 문제다. 2019년, 나는 신규 프로젝트를 3개 이상 시작했다. 기존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정리는 없었다. 당연히 시간 내에 모든 일을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건데 당시에는 욕심이 앞섰다. 욕심이 내 눈을 가렸고 나는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것이 '욕심'인지 '열심'인지 생각하자. 그리고 프로젝트 간의 연계 방향에 대해 고민하자.


더불어 지나치게 계획을 많이 한 것도 문제였다. 앞서는 욕심을 주체 못 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이해 없이, 너무 많은 하루 업무를 계획했다. 이는 정말 계획성이 부족한 모습이다.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문제가 크다. 나의 경우엔 계획을 너무 많이 하는 게 문제였다. 2020년에는 꾸준함의 힘을 믿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자.


개선점 3. 적당한 휴식을 한다

노력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놀지도 않았다. 노력의 속도와 방향이 어긋나 성과가 나지 않았다. 쉴 때에는 성과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불안을 느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었다. 할 땐 하고 놀 땐 노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겐 쉽지만 내겐 아직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해보았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수면 부족으로 스트레스, 우울감, 폭식의 후유증에 시달렸다. 내가 더 행복하기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 건데, 그 과정이 불행했다. 그래서 휴식에 대한 나의 결론은 이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되, 꾸준함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휴식하자. 2020년에는 최소 7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자.


개선점 4. 졸꾸한다

꾸준한 실천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꾸준하게 행동하고 실천하지 않았다. 조금 해보고 반응이 없다고 금방 풀이 죽었다. 그렇게 난 내 머리카보다도 꾸준함이 없었다. 나는 내 털 끝만큼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조금 시도하다가 포기하지 말자. 꾸준한 실천의 힘을 믿자. 커다란 한 방을 기대하지 말자. 잦고 작은 것에 내 진심을 쏟자. 풀 죽어있지 말고, 꾸준하게 뚜벅뚜벅 걸어 나가자.


개선점 5. 루틴을 지킨다

2019년에 잘 쉬지도 꾸준하지도 못한 건, 불규칙적인 생활과 루틴의 부재 때문은 아니었을까.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려면 일상을 단순화하고 내게 꼭 필요한 루틴을 익힐 필요가 있다.


유명한 작가들을 모두 루틴을 강조한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일정 분량을 글을 쓴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운동하기-글쓰기-음악듣기' 루틴을 지킨다. 그는 특히 규칙적인 글쓰기와 달리기로 유명하다.


단, 지나치게 루틴에 얽매이지 말자. 루틴이라는 원칙에 따라 생활하기 위해 애쓰되 지키지 못한 작은 루틴 때문에 우울해지지 말자.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 지나간 것은 툭툭 털고 다시 걸어 나가자. 그게 다시 일상의 루틴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글을 적다 보니 나를 더욱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개선점이 많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내년에도 성장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개선점간 공통적인 문제도 보인다. 하나가 개선되면 다른 부분도 같이 좋아질 여지가 충분하다. 다가올 2020년이 기대된다. 오랜만에 편히 잠자리에 들 것 같다.




*부족하지만 <일간 서민재> 연재를 시작합니다. 작가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아무튼 뭔가 쓰려 합니다.

*매일 또는 격일 간격으로 쓰려 합니다. <일간 서민재>지만 <격, 일간 서민재>가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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