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울림을 전하는 사람이고 싶다
온갖 종류의 시각적 자극과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 우리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는 나날이 몸집을 불리지만, 출판 시장은 최악의 기록을 매년 갈아엎는 시대이기도 하다.
글은 어쩌면 매력 없는 콘텐츠다. 영상보다 덜 직관적이며 덜 자극적이다. 대게 영상은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지만 글은 읽고 이해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수반된다. 시작도 하기 전에 부담스럽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영상 세대'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영상을 보며 울고 웃는 젊은이들에게 글의 울림에 대해 말하고 싶다. 유튜브 다음은 다시 '종이책'이라는 소설가 한강의 말을 떠올리며, 진정한 증강현실은 책 속에 있다는 그녀의 믿음에 공감하면서.
글에는 울림이 있다. 글만이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다. 문자의 배열과 공간과 여백은 수많은 상상을 만들어 낸다. 영상 미디어가 주기 힘든 또 다른 울림을 준다. 문자라는 약속된 체계를 공유하며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글은 경제적인 콘텐츠이기도 하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먼지 쌓인 노트북을 꺼내도 좋다. 그도 없으면 스마트폰 메모장 앱을 열자. 글쓰기로 당신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글을 쓰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마치 퍼즐 맞추기 같다고.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조합하여 하나의 완결된 글을 만드는 과정이 천 피스 직소 퍼즐을 완성하는 느낌이었다. 글을 완성했을 때의 느끼는 성취감도 이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어려서부터 작가를 꿈꾼 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란 배고픈 이미지다. 화려한 일도 아니기에 어린 나는 작가의 꿈을 꾸지 않았다. 최근에야 기억이 났다. 나름 백일장과 글짓기 대회에 열심히 참여했었단 사실을. 조금 아쉬웠다. 이렇게 작가로서 글을 쓸 줄 알았다면, 글을 쓰면서 이렇게 행복할 줄 알았더라면, 진작 작가의 꿈을 꿀 걸 그랬다.
어찌어찌 책 한 권을 내고, 어설프게 브런치를 운영하며 '작가' 소리를 듣는다.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나의 또 다른 별명 작가. 앞으로도 소중한 이 별명을 지켜나가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글의 울림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커버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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