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그리고 어른
꼰대도 광대도 되지 않겠습니다.
대표님의 마지막 말씀이었다. 아랫사람들에게 자신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이를 꼰대,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이를 광대라고 말씀하신 직후였다. 장내가 숙연해졌다.
꼰대야 워낙 많이 들었지만 '광대' 비유는 처음이었다. 말씀의 의도가 뭐였을까? 회의실을 나오며 옆에 있던 동료들과 그 말의 참뜻을 생각해봤다. 각 팀장들의 역할을 얘기하는 건가? 팀원들의 팔로워십을 나무라는 건가?
결국 우리의 결론은 이랬다. 리더로서 본인의 역할을 정의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인재경영 포부를 밝히시려는 의도! 회의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제야 서늘함을 느꼈다.
내가 대표였다면 난 어떤 모습이었을까. 꼰대였을까, 광대였을까? 아무래도 나는 광대에 가까웠을 거다. 아니, 나는 광대가 분명하다. 대인 관계와 의견 조율에 지쳐, 엊그제 메모에도 난 이렇게 적었다.
"나는 그냥 휘둘리기로 했다. 내 생각을 관철시키는 일, 다른 생각에 맞춰주는 일, 타인에게 소통하는 일, 모두 힘들다. 타인을 만나는 일이 힘들다.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나는 타인과 마주하는 일이 불편하고,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일에 너무도 서툰 사람이다."
그렇다. 나는 휘둘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걱정하진 않는다. 내가 조직 전체의 대표 자리에 오를 일은 없기에.
고민은 된다. 나도 이제 직장에서 신입이 아니기에. 나도 언젠가 이 사회의 어른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이 조직과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나는 나이듦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리더,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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