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소개해주는 일은 조심스럽다. 특히 모르는 남녀 사이를 이어 줄 때 더욱 그러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가 되면 나도 기쁘지만, 항상 그럴 순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적인 부담감도 있었겠다. 내가 결혼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내가 발이 넓지 않은 것도 여기에 한몫했다. 내가 타인의 남녀 관계에 관여하지 않게 된 이유 말이다.
그러다 최근,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내가 섰다. 남자와 여자 모두 내가 몇 년간 알고 지낸 사람이었고, 비슷한 나이대였다. 나는 그들의 번호를 교환해주는 역할을 자처했다. 거기까지였다. 번호 교환 이후의 만남은 그들의 몫이기에.
먼저,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의 나이, 직업, 외모에 대해 얘기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기에 괜찮은 여자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서,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자의 나이, 직업, 재력 대해 주절거렸다. 일과 집과 차를 모두 가진 괜찮은 남자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녀 역시 내게 고맙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뜻밖의 얘기를 했다.
저는 그 분이 '어떤 분'인지가 궁금해요. 그 분이 '가진 것' 말고요.
아차 싶었다.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속물처럼 상대방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만 말하고 있던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말한 ‘괜찮은' 사람의 조건은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었다.
아무리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의 만남이지만, 나는 그들의 인간적 매력이 아닌 조건만을 상대에게 내세우고 있었다. 스스로를 의식하지 못한 채 나는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들을 이어주겠다 결심했을 때에 연애, 썸 이런 것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저 이 '조건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들이 가진 것에 집중했는지 모른다. 조건보다 중요한 인간적인 무엇에 대해 망각하고, 그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제 결혼할 때가 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