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용산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내게 어떤 현금도 카드도 없단 걸. 서울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스마트 티켓 하나만 끊어서 열차에 오른 것이다. 스마트폰과 작은 백팩, 그리고 책 몇 권이 전부였다. 봇짐 하나 달랑 매고 한양 온 이도령 꼴이었다.
삼성페이도 카카오페이도 앱카드도 쓰지 않는 내가 용산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하철도 탈 수 없었다. 단돈 이천원이 없었다.
어렵게 대출받은 돈 이천만원이 통장에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출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천만원을 갖고도 이천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꼴이라니. 아이러니한 상황에 웃음만 나왔다. 폰뱅킹 앱에 찍힌 숫자는 사이버 머니나 다름없었다.
이천원! 이천원을 빌려야 한다!
나는 순박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 용산역 대합실을 서성였다.
(내일 다음 화가 이어집니다.)
땡전 한 푼 없이 서울에 간 서작가 이야기
01화. 사이버 머니와 이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