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목적지까지 가는 지하철 요금은 1,850원. 단돈 이천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야 했다. 아주 중요한 일정이기에 늦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용산역 대합실의 수많은 사람들을 둘러봤다. 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다.
갑자기 말을 거는 낯선 의도를 우리는 경계한다. 때로는 '도를 아십니까' 이고 때로는 '웨얼 이즈 더 서울 스테이션' 이다. 지난겨울엔 '이거 잠깐 보고 가세요' 였다. 아주 가끔 '저 이번 역에서 내려요' 처럼 낭만적인 경우도 있긴 할 테다.
생전 처음 본 그리고 앞으로 볼 일 없을 사람에게 도움 청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대합실을 두 바퀴쯤 돌았다. 생면부지 남 앞에 서려니 낡은 내 신발이 더 초라해 보였다.
용기를 내 가장 순진해 보이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저… 제가 카드를 안 가져와서… 현금 이천원을 주시면 제가 이천원을 바로 계좌이체 시켜드릴…"
청년이 말했다.
"저 현금 없는데요."
"아 실례했습니다."
청년에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부끄러웠다. 하긴 요새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나. 다시 구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일 년치 용기를 다 쓴 느낌이었다.
약속시간이 코앞이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머리가 하얘졌다. 이미 멘탈이 무너진 나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빠르고 현명하고 기가 막힌 솔루션이 필요했다. 결국 아내에게 전화했다.
아내는 헐 기다려봐,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난 멍하니 서서 용산역 천장에서 새는 빗물을 바라보았다.
(내일 마지막 화가 이어집니다.)
땡전 한 푼 없이 서울에 간 서작가 이야기
02화. 낯선 의도와 구걸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