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돈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용산역 천장을 바라보며 아내의 연락을 기다리는 수 밖에.
까톡까톡. 그녀가 보낸 메세지였다. 거기엔 스마트폰 하나로 당장 현금을 마련하는 법이 쓰여 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일단 씨유 편의점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지체없이 역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의 폭풍 검색에 감사를 표현할 시간 따윈 없었다.
부슬비 내리는 서울의 중심가를 달렸다. 퇴근하는 서울러 사이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달렸다. 우산은 필요치 않았다. 편의점! 씨유 편의점을 찾아야 한다! 빌딩숲과 도시 소음 사이로 그 흔한 씨유 편의점을 찾아 헤맸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을 떠올릴 무렵, 편의점을 발견했다. 더욱 속도를 높여 뛰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은 버려둔지 오래였다.
빗물과 땀에 젖은 몸으로 택시를 잡았다.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고 큰 숨을 몰아쉬었다. 나의 손엔 꼬깃꼬깃 이만원이 쥐어 있었다.
택시 안은 너무도 평온했다. 라디오 음악과 깜빡이 소리만이 택시 안을 채웠다. 분주했던 마음은 금세 가라앉고 나는 자세를 고쳐 편히 앉았다. 언제 그렇게 미친듯이 뛰었냐는 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택시 기사님이 구세주처럼 보였다.
오분 정도 늦을 거 같았다. 뭐 괜찮았다. 일정을 소화하는데 무리 없을 것 같았다.
저녁을 먹지 못했다. 뭐 괜찮았다. 소화할 게 없는게 더 편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땡전 한 푼 없이 서울에 간 서작가 이야기
03화. 개똥이 약이 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