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헤어진다. 헤어지면 만난다. 삶은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연속이지만,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기에 우리는 괴롭다. 사람 사이의 연결을 내 맘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 주변 사람들,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의 만남이야 내가 어느 정도 끊어내고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곳이 있다. 바로 직장이다.
직장에서의 인사 이동은 좀처럼 계산하고 예상하기 힘들다. 허튼 꿈을 꾸다가 실망하느니, 주어진 인사 이동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사는 게 더 낫다. 어쩔 때는 정말 그렇다. 동료들과 인사 이동에 대해 아무리 얘기해봐도 결론은 하나다. 인사는 결과가 나 봐야 아는 것.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말하던 어른들. 이 어른들을 바라보던 어린 민재는 '직장일이란 건 정말 어려운 거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겪어보니 그때의 생각을 틀렸다. 정확히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이 힘들기보다는 '사람'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장 내 인간관계가 극도로 힘들 때는 이런 생각까지 해 봤다.
보기 싫은 사람의 얼굴을 보는 댓가로 받는 게 월급이구나.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어느 정도 맞기도 하다. 특히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러다 보니 보기 싫은 직장 상사 또는 동료를 대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일단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 허무맹랑한 지시를 내리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논리와 사정이 있다. 물론 사고 과정이 나와 매우 다르기 때문에 100%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을 약간 이해를 하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사라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종의 자기최면 인지도 모르겠다.
직장에서 퇴사한 사람들이 꼽는 프리랜서의 장점 중 하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부서가 있는 것도 아니도 조직에 얽매여 있지도 않다. 그리고 외주 작업 등 짧은 만남이 대부분일 것이다. (경험이 없어 난 추측만 한다.) 비교적 안정적인 월급을 내어주고 '관계적 자유'를 얻은 그들이 조금은, 아니 많이 부럽다. 모든 직장인의 꿈은 퇴사라는 명언을 괜히 적어본다.
나는 내일도 직장에 간다. 그곳에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노코멘트다. 있더라도 아마 태생부터 나쁜 사람이 아닐 거다. 그러니 그 사람을 이해하려 애쓸 것이다.
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