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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Sep 07. 2020

코로나 시대에 맞는 이별

마지막 날이었다. 그를 만날 수 있는. 직장에서 상사-직원 사이로 우리가 대면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내가 가는 게 아니라 그가 가는 거였다. 그 상사는 이제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 다행인 건, 그가 바라던 인사 이동이었다.


제대로 인사를 드려야지 드려야지 하면서 결국 인사를 못 드렸다. 커피 한잔이라도, 뻔한 축복의 멘트라도 날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일이 바빠 그랬는지,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랬는지, 애정이나 충성심이 식은 건지, 아님 다 싫었던 건지….


냉소적으로 중얼거리던 나의 퇴근길에, 그리고 그 상사의 마지막 날 퇴근길에, 우리가 주차장에서 마주친 건 내 불편한 마음 덕분이었을까. 더는 미루 수 없을 것 같아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다시 만나뵐 수 없어 아쉽다고. 새로운 곳에서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바란다고. 축하드린다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그가 손을 내밀었다. 나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가볍게 악수를 하며 그가 말했다. 언젠가 또 만나겠지. 내가 대답했다. 네 그러겠죠. 그렇게 우리는 쿨하게 헤어졌다.


회식 한번 못했다. 회식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지만 제대로 된 '송별연' 없이 그를 보내기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기기로 했다. 이게 코로나 시대에 맞는 이별법인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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