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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Sep 21. 2020

사오정을 모르는 세대

자꾸 딴소릴 하는 귀여운 조카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너 사오정이니? 근데 더 사오정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응? 사오정이 뭐야?


아니 사오정을 몰라? 그거 있잖아.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 내가 설명을 할수록 조카의 두 눈이 더 커졌다.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사오정을 모르는 조카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나를 모른단 말이야?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당연했다. 1990년대에 방영한 애니메이션을 2009년생 조카가 봤을 리 없었다. 오히려 조카가 사오정을 알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이번엔 사오정을 모른다며 놀라던 나 자신에게 놀랐다.


격세지감을 종종 느낀다. 노래방에서 H.O.T의 <캔디>를 부르는 후배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80년대에 태어난 선배들을 위해 90년대 노래를 연습한다는 그는, 90년대에 태어난 사나이였다. 


걸음마도 배우기 전에  H.O.T의 노래를 들었을 리 없었다. 그는 그 생소한 노래를 연습한 것이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그 후배에겐 당연한 게 아니었다. 정말 그래다. 후배에게 엄지를 날렸지만, 속마음은 조금 씁쓸했다.






사오정을 아는 삼촌과 사오정을 모르는 조카. H.O.T를 아는 세대와 H.O.T를 배워야 하는 세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다른 생각과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사고방식, 배경지식, 관심사까지 공통점을 찾기보다 차이점을 찾는 게 더 빠르다.


이렇게 생각도 가치관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조직에 있다 보니 갈등도 많다.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은 종종 '꼰대스러움'으로 치부된다. 젊은 세대의 모습은 '요즘 것들'이라는 말로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린다.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하지만, 내 맘에 들지 않는 나보다 젊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가 기성세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만이 정답일 수 없으며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거라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객관적인 사실 관계의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가치관은 그렇게 따지기 힘들다. 우리 모두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것을 꼭 기억하자. 나에게 당연하다고 타인에게도 그러하지 않다.


당신이 사오정은 안다고 후배도 당연히 사오정은 안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사오정을 모르는 세대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신이 사오정에 머무를 수 있다.



*사진: KBS2 날아라 슈퍼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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