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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Sep 23. 2020

분명 겨울 냄새였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평소보다 조금 이른 기상.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서재로 향했다.


거실을 지나는데 스산함을 느꼈다. 익숙하진 않지만 기억의 구석에 있는 어떤 온도. 이불속에선 느끼지 못한 공기의 온도였다.


잠이 덜 깬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쌀쌀함. 움츠러드는 어깨. 코를 채우는 건조함. 분명 겨울의 냄새였다.


이제 막 가을에 익숙해지려는데 벌써 겨울이라니. 가을의 바람과 햇살과 온도를 아직 나는 더 즐기고 싶다. 나는 겨울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스리슬쩍 밀고 들어오는 겨울을 느끼며, 생각한다. 이제 가을이라고 좋았다가 벌써 겨울이라고 실망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내 곁의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계절. 나의 손을 벗어난 것들. 이 생각의 끝은 두려움이었다.


이제 막 내 곁에 왔다고 웃음 짓던 것들이 금세 내 곁을 떠나갈까 두렵다. 애타게 원하는 모습을 막상 얻고 난 직후, 막상 얻었는데 이게 아니었네 할까 두렵다.


그 익숙함에 익숙해져 순간을 놓칠까 무섭다. 기껏 달려왔더니 거울 속 늙은 나를 발견하게 될까 봐 망설여진다.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생각해낸 방법은 고작 이것뿐. 오늘 당장 가을을 만끽하기. 겨울이 올 것을 알지만, 곧 겨울임을 알기에 더욱 가을을 느끼기. 나는 이것 말고 가을을 즐기는 법을 알지 못한다.



오늘은,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가득 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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