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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Dec 29. 2019

겁쟁이의 고백(1)

너무 부끄러워 하지 않으려던 이야기

꽤 오래전 일이다. 대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했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다양한 직종을 경험했다.




주말 아르바이트는 보통 긴 시간을 근무하고 급여도 높다. 괜찮은 주말 알바를 찾고 있었는데 지인의 소개로 새 일자리를 얻었다. 학기 중엔 평일 알바를 하기 어려운 터라 반가웠다.


집 근처 마트에서 하는 ‘주차 관리 요원’ 알바였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 마트였다. 당시 그 지방에 처음 생긴 마트여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주차 요원 수요도 많아졌다. 대기업 입사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데, 대기업 알바되기는 땅바닥 돌 줍기 만큼 쉬웠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마트 주차관리부 입사(?) 후, 직원 교육을 아주 짧게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차량 주차는 이쪽입니다-아.


슉슉. 딸랑딸랑. 담당 관리자는 현란하고 익숙한 손짓으로 차량 유도법을 알려주었다. 긴 팔이 허공에서 왔다 갔다 했다. 딸랑딸랑 손을 흔들며 하는 마무리도 잊지 않았다. (내가 손님이었을 때) 마트 주차장에서 자주 보던 몸짓이지만, 직접 하려니 입도 몸도 떨어지지 않았다.


일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주차 공간이 빈 곳으로 차량으로 유도했다. 당시 그 지역에 처음 생긴 마트여서 주말 손님이 많긴 했지만 아주 고되진 않았다. 30분 근무에, 30분 휴식이어서 휴식 시간도 나름 보장되었다. 야외 주차장이어서 여름에 얼굴이 금세 까매진다는 것만 빼면 괜찮았다.


그렇게 몇 달간 일을 했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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