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글을 쓰지 못했다. 그리 바쁘지도 회식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내 안의 문제였다. 슬럼프라는 말은 함부로 쓰지 싶지 않았다. 그냥 게을렀다. 어쩌면 나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글을 쉬는 기간 동안 편히 쉬지도 못했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정말 해야 하는데. 이런 류의 말과 한숨을 내뱉으며 불안만 키워갔다. 불안하면 행동하면 될 것을 알고도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음의 부채만 쌓여갔다.
그렇게 어제도 멍하니 있다 잠이 들었다.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처럼 불안을 가진 채.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출근 시간이었다. 부시시 일어났다. 기계처럼 출근 준비를 했다. 마리오네트 인형 같기도 했다. 바지와 셔츠를 인형에 걸쳤다.
출근 준비를 대충 마치고 집을 나서려는데 검정 바지에 뭔가 하얀 게 있었다. 뭐지 하고 허공에 다리를 찼다. 금세 사라졌다.
다시 집을 나서려는데 또 바지에 뭔가 묻어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햇살이었다. 창틈을 비집고 나온 아침 햇살이었다. 손톱만 한 햇살이 허락도 없이 바지에 묻어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어제의 작은 응원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오늘은 글을 꼭 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