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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Oct 26. 2020

어른의 일에 익숙하지 않다

내년이면 벌써 서른보다 마흔에 가까워지지만. 성인으로 살아온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어른의 일에 익숙하지 않다.


갈비찜에서 당근만 골라낼 때,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을 때, 입맛이 없다며 아침밥을 거를 때, 늦게 일어나 덜 마른 머리로 허둥지둥 출근할 때, 정리되지 않을 방에서 하염없이 누워있을 때, 꼭 해야 할 일을 미룰 때 우리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넘나 든다. 거울 속 나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지만 아직 나는, 그리고 당신은 철이 없다.


어른의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한다.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쓰는 일, 카센터에 가서 차량 점검을 받는 일, 오랜만에 어른들께 전화로 안부를 묻는 일, 직장에서 상사를 모시는 일, 그리고 상갓집에 가는 일까지. 정말 어른의 일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출근하는 일은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듯싶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옷을 입고 출근 기차에 올라 아침으로 챙겨온 사과를 조용히 베어 무는 보네르와 달리, 나의 출근길은 평화롭지 않다.


아무래도 나는 이 일에 영영 익숙해지지 않을 듯싶다. 언제고 미숙한 어른으로 남을 듯싶다.




|커버 사진|

Pixabay

binma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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