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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Aug 15. 2021

발가벗고 거울 앞에 서 있는 나에게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은 있는 것이다.

발가벗고 거울 앞에
아무리 오랜 시간 바라보며 서 있는다 해도
인간의 속까지는 비춰주지 않는다.

ⓒAlex Motoc, unsplash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일부입니다. 하루키는 2000년에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경기에 참여합니다. 이전에도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여한 경험이 수차례였지만, 그날 그는 수영 부문에서 기권을 하고 맙니다. 그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하루키는 나중에야 ‘과호흡’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긴장한 탓에 레이스 출발 전에 호흡을 지나치게 하였고, 이 때문에 호흡 타이밍이 무너진 것입니다. 문제를 파악한 후에는 수영 자세를 바꾸고 과호흡 상태에 빠지지 않는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거의 4년 만에 다시 트라이애슬론 레이스를 완주하게 됩니다.

  

ⓒJorge Romero, unsplash


긴장이 과호흡을 불러왔고, 과호흡 때문에 수영 도중 기권을 했지만 그는 당시에 이들의 상관 관계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야 ‘나 스스로 뻔뻔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신경질적인 데가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우리는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이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면, 최근 급격한 피곤을 느꼈는데 이것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기의 온도, 습도가 비교적 급격하며 변하며 잠을 설쳤던 것입니다. 저는 제가 환절기에 잠을 설치는 사람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Giulia Bertelli, unsplash


하루키는 거울 앞에서도 인간의 속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인간의 내면까지 내려가지 않더라도, 당장 우리는 거울로 우리의 뒤통수조차 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나를 알아가는 작업’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를 알아간다는 건, 조금씩 나이를 먹어간다는 말과 같은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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