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그 계절에 나는 앓았다.
헌 기억을 보내기 아쉬워 앓았고,
새 세상을 맞이할 자신이 없어 앓았다.
낯선 공기 냄새에 앓았고,
넉넉지 못한 마음 때문에 앓았다.
앓는 내내 너는 왜 그러냐고 물었고
나는 별다른 얘기를 할 수 없었다.
너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은
계절과 계절 사이를 건너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세상과 세상을 잇는 일에
더 겸손하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