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울을 보는 이유
거울을 보았다. 익숙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그에게 말을 걸었다.
"행복하니?"
사내는 말이 없었다. 다시, 거울 속 내게 말을 걸었다.
"너…. 지금 행복하니?"
사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대답하기 싫은 것 같았다. 아니, 모르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을 내가 직접 찾기로 했다.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눈엔 초점이 없었다. 피부는 푸석했고, 수염조차 주인을 손길을 벗어나 제 멋대로 였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있었다.
가끔 거울을 본다. 샤워 후 물기를 머금은 나의 모습에 감탄할 때 외에도, 거울을 본다. 이 때의 거울은 '미용 도구'로서의 거울이 아니다. 말 그대로 '나를 돌아보기 위한' 거울이다.
거기엔 많은 내가 있다. 작은 성취에 기뻐하는 내가 있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홀로 괴로워하는 내가 있기도 하다. 하루를 의미있게 보낸 뿌듯한 표정의 나, 스스로 만들어놓은 덫에 걸려 시무룩한 나도 있다.
나도 나를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 나는 거울을 본다. 내가 행복한지, 걱정이 있는지, 누구와 싸웠는지, 거울을 보면 대충 나의 상태를 알 수 있다. 나도 모르는 나의 상태를 알기도 한다.
메타인지(meta-認知, metacognition)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을 하는 사고 능력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객관적인가?"라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종의 자기 객관화라고 할 수 있다.
메타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여 불안함을 줄일 수 있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반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할 수도 있다. 학습 또는 성공을 위한 더 나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
2008년 미국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강도들이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원이 오면 총으로 위협해 음식과 현금을 강탈했다. 이들은 치밀하게 전화번호와 주소를 바꿔가며 범행을 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덜미를 잡혔다. 이 강도들이 번갈아 사용했던 전화번호와 배달 주소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이들은 스스로의 멍청함을 알지 못했다. 메타인지가 부족하면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다.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한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다. 글쓰기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세계적 성취를 이룬 많은 사람들이 매일 일기를 쓰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독서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것도 좋다.
내가 제안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거울 보기' 이다. 나는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거울을 본다. 거울 속 표정을 통해 나의 감정 상태를 확인한다. 표정이 좋지 않다면 억지 웃음을 지어 보기도 한다.
거울 속 내게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너 지금 행복하니? 넌 지금 무엇을, 왜 하고 있니?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있니? 유체이탈한 나의 영혼이 내 육신을 보듯, 나를 본다. 단순한 '응시'를 넘어 나의 내면을 살핀다.
민망한 건 사실이다. 회사 화장실이 아닌, 집에 있는 거울 앞에서 하길 추천드린다.
오늘도 나는 거울을 보며 묻는다.
"지금까지 너의 삶은 어땠니?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니?"
오늘도 사내는 답이 없다. 묵묵부답이다. 다만 거기엔,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 내가 있다.
|커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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