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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Feb 02. 2020

내 삶에서 의미 있는 사람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위 눈썹달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대학 동기들을 만난 건. 결혼, 육아 등 각자의 이유로 점점 만나기 힘들어진 우리였다. 시간을 맞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어쨌든 우린 모였다.


겨울 감기와 우한 폐렴의 공포까지 이겨내며 제천에 모였다. 10명 중 6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고기 먹고 술 먹고. 스크린 야구하고 술 먹고. 다시 고기 먹고 술 먹고. 남자들의 모임은 단순하다. 대충 먹고, 술에 취하고, 어깨동무를 한다.

내 삶에서 의미있는 그들과 함께. 사진=박영근

근황 토크부터 시작된 우리의 대화. 곧 대학 시절 추억이 소환되고, 직장 얘기와 사람 사는 얘기가 이어진다. 마지막 ‘탈모 토크’까지 듣고 (나도 약을 먹어야 하는 건가?) 나는 일어섰다. 한 잔 하고 가라는, 자고 가라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일어섰다. 미안했지만 일어섰고, 그들은 웃으며 날 배웅해주었다.


제천에 오길 귀찮아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들은 진심으로 나를 반가워했다. 물론 나도 그랬지만 그들 만큼은 아니었지 싶다. 나는 우리 관계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다.


나의 발전과 작가 데뷔를 축하해주고, 하찮은 나의 싸인본 책을 받고 좋아해 주던 그들. 내가 지금 이 만큼 살아가는 건, 분명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 삶의 장면에서 분명 그들은 의미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난 이 사실을 종종 잊는다. 내가 이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친구의 싸인이 그리 좋더냐? 사진=김건우

내가 쓴 책이라면 무조건 두 권, 세 권도 산다는 친구들. 말 없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그들. 불안한 나의 삶에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 미안하고 고맙고 따뜻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인데도, 이상하게 힘이 났다.


안개 낀 도로 위 가로등이
나를 훤히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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